점 헛봤다?… “새해 기준 입춘 삼아 600만명 엉터리 사주”

  • 입력 2006년 12월 23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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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기준을 동지(冬至)로 보아야 하느냐, 입춘(立春)으로 보아야 하느냐는 논쟁이 역술학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전에 본부를 둔 한국천문역리학회는 새해의 기준(연주·年柱)이 동지인데도 일부에서 근거가 미약한 입춘을 고집하고 있다며 수년째 한국역술인협회와 한국동양운명철학인협회 등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학회는 “동지를 기준으로 사주팔자의 연주를 정해야 한다는 것은 맹자, 황제내경영추, 사주팔자의 시조격인 이허중(당나라) 선생의 문헌에 명확히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주역은 ‘복괘(復卦)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 그것을 동지라고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고, 맹자는 이루하편에서 ‘하늘이 높고 성신(星辰)이 멀리 있으나 진실로 그 연고를 구하면 천세(千歲)의 동지를 앉아서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

학회는 또 “기존 역술학계가 논어를 잘못 번역하는 바람에 입춘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자가 논어주소(論語注疏)에서 국가의 제도를 정하는 기준을 묻는 안연의 질문에 ‘입춘을 기준으로 1년의 첫 달을 삼은 고대 중국의 하나라 제도를 그대로 따르라고 말씀했다’는 부분이 그것.

‘명리정의(命理精義)’의 저자인 천문역리학회 이상엽(45) 학술위원장은 “논어 주석서를 보면 이는 당시 가장 중요했던 농사의 시작을 이르는 말”이라며 “기존학계가 문헌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입춘을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동지와 입춘은 통산 45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국에서 600여만 명이 띠가 다를 수 있고, 그 사이에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도 동지와 입춘 사이에 사주를 보면 운세가 달라질 수 있다”며 “대만에서는 이미 50년 전 이 문제를 자각하고 동지를 기준으로 사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주는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기준으로 운세를 본다. 여기서 연월일시는 음력 양력과는 달리, 을축(乙丑) 병신(丙申) 등의 60갑자로 표현되는 절월력(節月曆)으로 정해진다.

예를 들어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경우 1925년 11월 23일생(음력). 그해 동지가 11월 7일이기 때문에 동지를 기준으로 하면 병인(丙寅)생으로 정치인 팔자이고 입춘을 기준으로 하면 을축생으로 막일꾼 팔자라는 것.

최근 유행하는 인터넷 사주 역시 모두 입춘설을 토대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대다수 역술인이 동지설을 지지할 경우 혼란이 더욱 클 전망이다.

천문역리학회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한국역술인협회는 답변서를 통해 “질의서를 받고 학술위원 회의를 가진 결과 일부는 동지 기준을 인정했지만 대다수가 종래 방식인 입춘 기준을 고수하겠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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