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특집]현장에서/한국배려 아쉬운 中 경제손님들

  • 입력 2006년 12월 20일 03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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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華商)의 수완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최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중 리서치 포럼’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중국 신은만국증권의 천샤오성(陳曉昇) 연구소장의 기자회견이 발단이 됐다. 천 소장은 중국 증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했지만 문제는 통역이 제대로 되지 않아 회견 내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천 소장이 지금 한 말이 정말 저런 뜻(통역이 전해준 의미)일까’를 수없이 의심해야 할 정도로 신은만국증권 직원의 한국어 통역이 부실했던 것이다.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어설픈 통역임을 금세 눈치 챌 수 있을 정도였다.

예를 들어 “소속 연구소의 직원 수를 알고 싶다”는 질문에 “연구소 평가에 참여하는 증시 전문가들의 수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계속되는 동문서답에 실소(失笑)를 참지 못하는 기자도 있었다.

결국 행사를 공동 주최한 한국 증권사의 직원이 통역을 하면서 대화가 수월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이 어렵게 끝난 후 국내 증권사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중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하는 우리 측 직원이 통역을 하겠다고 제안했는데도 ‘반드시 중국 증권사 직원이 통역을 해야 한다’고 어찌나 고집을 부리던지….”

중국 회사의 공식적 얘기는 중국 회사 직원이 통역해야만 한다는 설명이었다. 증시 관련 발표회에서 단위나 숫자에 대한 부정확한 설명은 자칫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정확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리에 ‘자존심’이 개입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중국 증시는 분명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천 소장이 이날 고백한 대로 외국인의 투자가 허용된 중국의 ‘B 시장’은 방치된 채 망가져가고 있다.

기자회견 며칠 후, 주한 중국대사관 차량이 서울 시내에서 음주단속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남의 나라 땅에서 성공하는 상인이 있을까. 터무니없는 배짱의 근거가 궁금했다.

손택균 경제부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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