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기업’ 경쟁시대]대박 난 대학들

  • 입력 2006년 10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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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는 요즘 한방재료가공학과가 최고 효자학과다. 학교기업 제품으로 선정된 한방재료가공학과의 홍삼녹용대보진액이 9개월 만에 매출이 100억 원을 넘어선 것. 건강보조제품으로 드물게 7만8000여 상자가 팔렸다. 대학 이름을 내세운 학교기업이 내놓은 제품들이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재정수입을 늘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학교기업이란 대학이 특정 학과와 연계해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학교 내 수익사업체. 》

대학은 그동안 규정상 수익사업을 할 수 없어 일부 사립대학이나 재단이 별도 법인을 설립해 운영해 왔다. ‘연세우유’ ‘건국우유’가 대표적인 예. 그러나 2004년 3월 교육부가 학생들의 전공 실습 기회 확대와 학교 재정 내실화를 위해 교육과 연관 있는 사업을 허용하면서 학교기업 설립이 가능해졌다.

2004년 말 처음으로 18개 대학이 1기 학교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중 경희대 충남대 전북대 인천대 등 7개 대학이 재평가에 통과해 다시 2기 학교기업(총 19개)에도 뽑혔다.

▽축적된 기술과 지역 특성 활용해 성공=충남대는 학교기업 ‘CNU 바이오테크’에서 만든 ‘홍삼100’이라는 건강보조제품으로 작년 한 해 2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충남대 학교기업의 경쟁력은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에서 나온다. 충남에서 원재료를 사오기 때문에 유통비를 아끼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전남대는 농업생명과학대학의 ‘친환경농업연구사업단’에서 지역 농민과 연계해 ‘남녘들’(쌀)을 생산해 2005년 연 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무농약재배법을 개발한 농생대 김길용 교수가 ‘최고농업경영자과정’을 개설해 수업에 참여한 농민을 대상으로 친환경 벼 재배법을 전수하고 있다.

▽학교 신뢰도 이용해 매출 극대화=학교에 대한 신뢰는 무엇보다 훌륭한 제품 홍보 수단이다. 한국외국어대는 외국어 전문대학이라는 장점을 살려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외국어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주니어 하계 영어캠프’에는 예상인원 400명을 훨씬 뛰어넘은 600여 명이 몰렸다.

전북대는 농업환경생명대학 동물자원학과에 집중 투자해 ‘혜미야미’라는 햄 브랜드를 만들었다. ‘혜미야미’의 성공 비결은 30년간 축적된 기술. 4년 전부터 사업을 본격화해 2005년에 3억여 원의 매출을 내고 세계적 샌드위치 전문점인 ‘서브웨이’와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 등 주가를 올리고 있다.

▽실패한 학교기업의 반성=학교기업이 모두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사업 경험 부족과 학교기업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도 많다.

부산대 김치연구소는 올해 기능성 김치인 ‘부산대 바이오 김치’를 선보였지만 큰 호응을 못 얻었다.

제주대 역시 작년 3월부터 제주감귤을 이용한 주스, 차, 잼 등을 판매해 왔지만 수익은 미미하다. 제주대 관계자는 “국립대라서 그런지 예산을 집행하는 데에도 몇 차례나 결재가 필요해 스피드 경영이 안 된다”고 실패 이유를 분석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 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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