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맛따라]논산 강경읍 ‘젓갈’

  • 입력 200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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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둑’ 젓갈이 여덟 가지나 상에 오르고 된장찌개와 조기찜이 나오는 강경 발봉가든의 젓갈백반 상차림. 논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밥도둑’ 젓갈이 여덟 가지나 상에 오르고 된장찌개와 조기찜이 나오는 강경 발봉가든의 젓갈백반 상차림. 논산=조성하 여행전문기자
《김치와 함께 한국의 간판 음식인 젓갈. 그 핵심은 발효다. 그냥 두면 썩을 생선을 젓갈로 둔갑시키는 ‘비법’이 바로 발효다. 강경(충남 논산시)은 국내 새우젓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젓갈 산지. 젓새우가 한창인 요즘, 새우가 젓갈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보기 위해 강경을 찾았다.》

강경 하면 젓갈, 젓갈 하면 강경이 떠오른다. 강경(읍)은 해안가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강경은 강가의 포구다. 그것도 금강을 따라 내륙 깊숙이 들어간 충남 논산시에 있다. 논산 시내에선 8km 거리.

천안논산고속도로의 서논산 나들목. 10분쯤 달리니 강경읍내다. 초입에 배 모양의 건물이 있다. ‘강경전통맛깔젓 체험전시관’이다. 이곳은 금강 둑 위. 전망대로 개조한 옥상의 ‘갑판’에 오르자 금강이 펼쳐진다. ‘강경(江景)’이라는 지명 그대로다.

둔치는 산책로와 잔디축구장, 주차장을 갖춘 체육공원(3만4000 평). 올해로 10회를 맞는 강경전통맛깔젓축제(10월 19∼23일 예정)가 이곳에서 열린다. 강안에 옥녀봉이라는 작은 봉우리가 있다. 이 옥녀봉 아래로 논산천이 흘러드는데 그 언저리가 200년 젓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옛 강경포구다.

강경에 들어서면 온통 젓갈 상점이다. 120여 곳인데 매년 늘고 있다. 매장은 한결같이 깔끔하다. 젓갈은 투명 아크릴로 덮은 냉장진열장에 보관하는데 이쑤시개로 찍어 맛볼 수 있다. 김장철을 앞둔 가을철에는 하루 수백 대의 관광버스가 전국에서 몰려온다. 최근에는 서해안 여행길에 반드시 들르는 명소로 떠올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젓갈 종류는 10여 가지. 새우젓을 비롯해 조개 황석어 갈치와 전어내장 명란 창난 아가미(대구) 오징어 꼴뚜기 낙지 청어알 등. 상점마다 양념과 숙성 방식이 달라 맛이 제각각이지만 간(염도)만은 비슷했다. 가격은 새우젓(오젓) 5kg에 5만 원. 덤도 많아 실제 양은 6∼7kg나 된다. 최상품인 육젓(6월 새우로 담근 젓)은 1kg에 3만 원 선.

젓갈의 맛은 발효 기술로 결정된다. 강경전통맛갈젓협의회 박종률(대복상회 주인) 회장은 “강경의 핵심 기술은 저온냉장숙성”이라며 “전통 토굴 저장법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그 토굴을 찾았다. 위치는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대둔산 자락. 1900년대 초반 채굴했던 폐광(구리)인데 약 3km의 갱도가 젓갈 숙성고로 쓰인다. 갱내 기온은 섭씨 12도. 강경 젓갈상인의 40%가 토굴에서 젓갈의 맛을 내고 있다. 다른 이들은 저온냉장고(섭씨 1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강경 젓갈은 남쪽 것에 비해 소금이 적게 들어간다. 낮은 기온 덕분인데, 그래서 저염 식품이 각광받는 요즘 추세에 따라 더 인기다. 박 회장은 “강경 상인들은 전통 기법을 토대로 저염 선호 추세에 맞춰 짜지 않으면서 잘 발효돼 젓갈의 참맛을 내는 방법을 찾았다”며 “이런 참살이형 젓갈이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으면서 양념 젓갈을 밑반찬으로 삼는 가정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 젓갈의 원료인 새우는 전남 신안군의 임자도 앞바다에서 잡은 것이다. 새우는 섬 안의 전장포에서 천일염으로 염장돼 신안수협 송도위판장(신안군 지도면)에 나온다. 강경 상인들이 이곳에서 새우를 산다.

강경의 젓갈 맛을 두루 보는 데는 젓갈 백반이 좋다. ‘밥도둑’ 젓갈의 맛을 실감케 하는 밥상인데 젓갈거리의 식당에 있다.

○여행 정보

◇찾아가기 ▽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서논산나들목∼국도 4호선∼국도 23호선∼강경읍 ▽철도=KTX(호남선) 용산역∼논산역 1시간 30분. 논산역 041-732-7273. 논산∼강경은 20분 소요 ◇젓갈 △체험전시관: www.ggfestival.net 041-745-1985 ▽문의 △대복상회: 041-745-2228 △강경포구젓갈: 041-745-5671 △부부식품: 041-745-4684 ◇맛집 △젓갈백반: 황해도젓갈상회(041-745-5464)에 딸린 발봉가든(041-745-5565) △복탕: 체험전시관 앞 명복식당. 041-745-1157 ◇여행지(논산) ▽딸기밭 체험=6월 6일까지, 7000원(2kg 담아가기). 양촌면 녹색농촌체험 도정마을(사무장 조영삼) 041-741-5454 ▽탑정호반=산책로가 멋있는 저수지. 호반의 레이크힐호텔(041-742-7744)은 모든 객실에서 호수를 볼 수 있는 숙소다. 5만 원 ▽백제군사박물관=041-730-1538. 서논산나들목에서 국도 4호선(대전 방향)으로 12km. ◇패키지 여행 ▽강경젓갈+공주 마곡사=30, 31일 출발, 하루 일정. 3만 5000원, 승우여행사 02-720-8311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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