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건평씨의 법관 행세

  • 입력 2004년 5월 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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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으러 출두하면서 피고인 출입문이 아닌 판사 전용출입문으로 법정에 입장해 물의를 빚고 있다. 투신자살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에게서 인사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창원지법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건평씨측은 청원경찰의 제지를 받자 ‘재판부와 사전에 의논했다’고 속였다고 하니 재판부마저 모독한 셈이 됐다.

건평씨는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재판은 다른 어떤 재판보다 엄정하고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건평씨는 그동안 특혜에 가까운 대접을 받아 왔다. 당초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맡을 예정이던 재판이 건평씨의 요청으로 이례적으로 그의 거주지 관할 법원인 창원지법으로 이송된 것이 특혜를 입증한다.

건평씨 변호는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문재인 전 민정수석비서관과 대통령 인척이 소속돼 있는 법무법인 부산이 맡고 있어 이에 따른 설왕설래도 있다. 유력 법무법인의 조력으로 돈 많고 배경 있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재판을 받기 시작한다면 사법부의 권위는 어떻게 유지될 것이며, 누가 그 판결에 승복할 수 있겠는가.

건평씨를 감싸고도는 인사들은 대통령이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여론의 비난을 받아 왔는지 헤아려 매사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 인터넷사이트에는 아예 ‘노건평 파문 뉴스모음’이란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건평씨도 보다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직무정지 상태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모색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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