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2·27 組閣]새 각료 프로필

  • 입력 2003년 2월 27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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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7일 발표한 참여정부의 첫 내각에는 경력 학력 성별 등에서 역대 내각의 인사 기준과 관행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물이 여러 명 포함돼 있다. 노 대통령은 “인사가 파격적인 것이 아니라 파격적으로 보는 시각이 타성에 젖어 있는 것”이라며 “잘 봐달라”고 당부했다. 새 정부 각료들의 프로필을 살펴본다. 》

▼김진표 재경▼

세제(稅制) 분야에서 오래 일한 정통 경제관료.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말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으로 발탁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유능한 공무원’이라며 칭찬해 유명해졌다.

유일한 관료 출신 인수위 멤버로 “대통령의 불안한 이미지를 씻어내는 게 내 임무”라며 몸을 한껏 낮췄다.

비(非)호남 출신이지만 호남 출신의 영향력이 컸던 김대중 정부 경제팀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재경부 차관 임명 때 모든 신문에 ‘우호적 프로필’이 나와 관가(官街)에서 화제가 됐다.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의 경복고 및 서울대 법대 후배. 경제총괄 및 금융정책 경험은 비교적 적은 편.

▼정세현 통일▼

77년 당시 국토통일원 공산권 연구관으로 특채돼 남북관계만 다뤄온 북한문제 전문가로 통일부 내부에서 장관으로 기용된 첫 번째 인물. 언변과 순발력이 뛰어나 90년대 말 비료회담 등에서 북한 대표인 전금철을 무색하게 만든 일화가 있다. 남북장관급회담 남측 수석대표로 무리 없이 업무를 수행했으나 북핵 파문 때 미 행정부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해 한때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윤영관 외교▼

80년대에 워싱턴에서 유학하며 미국의 대외정책을 지켜본 미국통. 성실하고 겸손한 인품이 돋보인다. 대북 포용정책을 원칙적으로 지지하는 소신파이나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는 평. 일부 외교관들이 ‘국익’보다는 개인의 인사 문제에 더 신경을 쓰는 풍토에 비판적이다. 외교 역량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저서 ‘21세기 한국 정치경제모델’은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이 탐독한 책 중의 하나다.

▼강금실 법무▼

개혁성향이 뚜렷한 여성 인권변호사. 가냘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강단(剛斷) 있는 원칙론자’라는 평을 듣는다. 일 욕심이 많고 추진력과 사업수완도 뛰어나 2000년 초 설립한 법무법인 ‘지평’을 3년 만에 직원 60여명의 국내 10대 로펌으로 끌어 올렸다. 지인들은 그가 변호사 시절 세금을 한 푼도 깎지 않고 꼬박꼬박 냈다고 전한다. 검찰 경험은 없다.

▼조영길 국방▼

최장수 군 생활을 거친 군 전략기획 및 증강 분야의 전문가로 베트남전 참전 등 야전 경험도 풍부하다. 율곡사업의 초기 멤버로 80년대 후반 국방 개혁을 주도했다. 갑종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국방장관에 올랐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나 부하의 모든 업무를 직접 챙길 만큼 지나치게 꼼꼼하다. 북한 핵 문제와 주한미군 문제 등 현안을 풀기엔 다소 약한 것이 아니냐는 평도 있다.

▼김두관 행자▼

성장 과정이나 추진력 등이 노무현 대통령과 닮아 ‘작은 노무현’으로 불린다. 남해군수 시절 인사청탁을 위해 선물을 보내 온 승진 1순위 공무원을 승진에서 누락시켰고 군청 내 기자실을 폐지하는 등 지방 언론과 전쟁을 벌였다. 직언을 하는 스타일로 지난해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추대되면서 노 대통령에게 “YS와 손을 끊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박호군 과기▼

82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잔뼈가 굵은 유기화학자. 99년 KIST 원장이 된 뒤 미래 융합기술 중심으로 연구소를 혁신해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의견을 많이 듣는 스타일. 과학자가 신뢰를 받아야 이공계 기피가 풀린다는 게 지론. 최근 동아일보의 ‘5년 뒤 세상을 바꿀 10대 신기술’ 선정위원장을 맡았다.

▼이창동 문화▼

고교 교사 출신으로 전업 소설가를 거쳐 마흔살에 늦깎이로 영화계에 뛰어든 뒤 지난해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과작(寡作)의 완벽주의자’라는 평.

장관직 제의를 고사하다 ‘노사모’측의 강력한 요구로 막판에 마음을 돌렸다. 행정 경험이 전혀 없어 부처 장악력은 미지수.

부인은 인기 TV 드라마 ‘고백’의 작가 이정란씨(필명·이란·47.)

▼김영진 농림▼

농업고 출신 4선 의원으로 국회 내 대표적 ‘농정 전문가’다. 국회의원 15년 동안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만 활동했다. 93년 UR협상 때는 농산물 시장개방에 반대하며 스위스 제네바로 달려가 삭발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다소 돌출적이라는 평도 듣는다. 2001년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때는 도쿄 일본의사당 앞 노상에서 6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적도 있다.

▼윤진식 산자▼

옛 재무부에서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국장 등을 거친 ‘금융통’. 조용하고 소탈한 성품이지만 ‘진돗개’라는 별명처럼 일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1997년 말 대통령비서실 조세금융비서관으로 있을 때 외환위기를 대통령에게 직보한 것으로 알려져 유명해졌다. 실물분야 관련 정책 경험이 거의 없는 것이 산업정책 주무부처 장관직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미지수.

▼진대제 정통▼

미국 IBM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후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해 ‘반도체신화’를 일궈낸 주역. 2000년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에 취임한 뒤 디지털 컨버전스 등 정보기술(IT) 흐름을 주도했다. 별명이 ‘미스터 디지털’. 설득력과 추진력이 강하며 토론을 좋아한다. IT 전문가이긴 하지만 정보통신부의 핵심 업무인 통신분야에는 비교적 경험이 없다는 평.

▼김화중 복지▼

간호사를 거쳐 30년 동안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지낸 전국구 초선 의원. 지난해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보건의료특보를 맡았고 권양숙 여사를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최근 사석에서 “나만큼 보건 분야를 잘 아는 정치인이 어디 있느냐”고 말할 만큼 자기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지난해 노 대통령 캠프 합류 전까지 한화갑 대표와 이인제 캠프를 거치는 등 정치권 기류에 민감한 편이다.

▼한명숙 환경▼

원칙이 분명하고 합리적이다. 성품이 온화해 아랫사람들의 신망이 두터운 편. 유신 때 민주화운동을 하다 2년간 옥살이를 했다. 여성부 장관 재직시 여성발전 5개년 계획을 완성하는 등 양성 평등에 기여해 ‘성공한 장관’으로 평가받았다. 환경 문제의 전문성은 미지수. 지난해 월드컵 때 가족과 함께 붉은 티셔츠를 입고 길거리응원에 동참할 정도로 열정도 있다.

▼권기홍 노동▼

합리적이고 차분해 ‘선비’로 통한다. 독일에서 노동문제와 사회보장 등을 전공한 진보적 성향의 경제학자. 박사논문에서 분배가 성장에 반드시 마이너스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라고 논증. 인수위에서 보건복지 업무를 주로 맡았다. 중증 장애인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노동문제의 전문성은 미지수. 인수위 분과위원 30여명과 각기 폭탄주를 주고받을 정도로 대주가.

▼지은희 여성▼

이효재 이우정씨 등 여성운동 1세대를 이은 2세대 대표주자. 활달한 성격에 카리스마도 있다는 평. 가족법 개정과 성폭력특별법 등 여성 관련 법률 제정에 기여했다. 노동과 남북교류 분야에서도 활동. 2000년 총선 때 총선연대 공동대표로 ‘국회의원 낙천 낙선운동’에 앞장섰다. 한명숙 환경부 장관의 대학 후배로 여성부 장관까지 뒤를 이었다.

▼최종찬 건교▼

옛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논리적 사고와 다양한 정책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부드러운 성격이지만 할 말은 하는 편. 기획예산처 차관 시절 총선을 앞두고 TV토론에 나가 국가채무 급증의 위험성을 다소 인정했다가 청와대의 눈밖에 나 ‘낙마(落馬)했다. 관료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e메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추진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 임광토건 임광수 회장의 사위다.

▼허성관 해양▼

시민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했던 진보적 성향의 현직 대학교수. 고향은 경남 마산이나 초중고교를 광주에서, 대학은 부산에서 나와 영호남을 아우르는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성격이 호방해 따르는 제자나 후배가 많다. 대통령직인수위원 시절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등 서민적 풍모를 보였다. 전공이 재정 및 회계학이어서 해양수산 분야에는 ‘문외한’이라는 평.

▼박봉흠 예산▼

예산과 물가정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경제관료. 같이 일한 상사와 부하들의 신망이 모두 두터운 편. 노무현 대통령이 김진표 신임 경제부총리와 함께 일찌감치 ‘능력 있는 관료’로 평가했다는 후문. 소설가 이문열씨와 경남 밀양초등학교 친구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모범생의 ‘모델’.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업무스타일로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

▼이영탁 국조▼

김영삼 정부 말기 고건 국무총리 아래서 차관급 행정조정실장을 지내면서 고 총리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옛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요직을 거쳤다. 재정경제원 예산실장을 지낸 뒤 교육부문의 구조조정을 위해 교육부 차관에 기용됐으나 기대만큼의 역할은 하지 못했다는 평. 대통령경제비서관 시절 ‘시민을 위한 경제이야기’라는 책을 써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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