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순방’ 美 블링컨 “미국-사우디 방위조약 완료 근접”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9일 22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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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우디아라비아=AP 뉴시스 
29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우디아라비아=AP 뉴시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29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미·사우디 방위조약이 완료에 근접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약이 체결되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추진해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동전쟁 휴전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이날 중동 순방 일정을 시작한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와 미국이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합의를 위해 함께 진행해 온 작업이 잠재적으로 완료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의 중동 방문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7번째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는 바이든 행정부가 공을 들인 핵심 외교정책 중 하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전부터 미국의 중재로 해당 논의가 진전돼 왔으나, 전쟁 이후 중동 지역에서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확산되며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태였다. 특히 양국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놓고 상당한 이견을 보여왔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인질 석방 및 휴전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에도 확전을 자제하면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돕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그간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의 상호방위 조약 체결 및 민간 핵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허용 등을 미국에 요구했다.

미 대학가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AP 뉴시스

블링컨 장관의 중동 순방에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며 거듭 지상전을 만류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1시간가량 통화했다”며 “두 정상은 임시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라파 공격 계획에 대한 본인의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간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라파 지상전을 만류해왔다.

한편 미 대학가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반전 여론이 강한 지지층 이탈이 부담스러운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네타냐후 총리에게 하마스와의 임시 휴전 합의를 종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려면 라파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28일 라파를 관할하는 남부사령부의 ‘전쟁지속 계획’을 승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라파 침공을 강행하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며 “휴전 협상이 긴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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