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덕의 도발] 대통령의 5792자 발언이 설득에 실패한 이유

    대통령의 5792자 발언이 설득에 실패한 이유

    정치는 말(言)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대통령감으로 전 국민에게 각인시킨 것도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였다. 국정원 댓글 수사와 관련해 2013년 10월 국감에서 나온 불후의 명언이다.일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서도 이 정도 발언은 나올 줄 알았다. 윤 대통령이 진정 고뇌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면 말이다. 아니었다(기억에 남는 발언이라면 ‘미로에 갇힌 대통령’ 정도?) .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읽은 5792자 분량의 원고는 국무위원 교육용이라면 몰라도 국민 설득용으로는 형식과 내용 모두 실망스러웠다. ● 일본신문 인터뷰보단 친절했어야나는 지난번 ‘도발’에서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썼던 사람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그리고 국민에게도 좀 더 마음을 썼으면 좋겠다고 썼다.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한일 정상회담 뒤에도 비판 여론이 꺼지지 않자 대통령이 직접 설명에 나선 건 좋다. 방일 전에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늦더라도

    •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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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 더 이상 과거사에 매여 살 순 없다

    더 이상 과거사에 매여 살 순 없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한(恨)서린 경험은 들을 때마다 아프고 죄스럽다. 국민학교 때 반장이었던 양금덕 할머니(94)는 중학교에 보내준다는 일본인 교장 말에 속아 일본에 건너가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서 일했다. 월급은커녕 사과도 못 받은 것이 원통해 1990년대부터 일본서 소송을 냈지만 줄줄이 패소했다. 내 나라에선 다르겠지 싶어 할머니는 우리 사법부에 소송을 냈을 것이다. 2012년 대법원 김능환 대법관이 ‘건국하는 심정으로’ 일본기업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고 2018년 10월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한일관계뿐 아니라 국가 미래를 흔들 수도 있는 원폭이었다. 여기서 판결자체를 따지진 않겠다(끝도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전임 문재인 정부는 그 여파를 방치했으나 윤석열 정부는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사실이다. ● “외교와 안보책임은 대통령에 있다” 대통령은 분명 고뇌했을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수행해야 할 외교와 안보, 국방

    •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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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이재명은 뱀 같은 가스라이팅을 멈추라

    이재명은 뱀 같은 가스라이팅을 멈추라

    2022년 미국 미리엄 웹스터 사전이 뽑은 ‘올해의 단어’가 가스라이팅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가스라이팅했다(선거사기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는 식으로 정치, 미디어에서 주로 쓰이면서 검색량이 전년도에 비해 17배나 폭증해서다. 가스라이팅이란 말이 1938년 초연된 연극 ‘가스등’(1944년 영화로도 나왔다)에서 나왔다는 건 많이 알려져 있다. 본래 의미는 ‘오랜 심리적 조작으로 피해자의 판단력을 잃게 함으로써 가해자한테 의존하게 만드는 행위’지만 요즘 미국 정치판에선 사적 이익을 위한 거짓말, 대(對)국민 사기를 심플하게 가스라이팅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트럼프가 쏟아낸 가짜뉴스를 모아 ‘가스라이팅 아메리카’라는 책까지 나왔겠나. ● 트럼프와 이재명은 닮은 꼴 희생양?“법치를 빙자한, 법치의 탈을 쓴 사법사냥이 일상이 돼 가고 있는 폭력의 시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2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윤석열 정부를 비

    • 20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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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당정일체 잘(못)하면 문 정권처럼 된다

    당정일체 잘(못)하면 문 정권처럼 된다

    지난주 이 자리에 ‘노무현은 “당정분리 재검토” 작심토로 했었다’고 썼다가 목매달 뻔했다. 댓글 수위가 북한 김여정의 “삶은 소대가리…”저리가라였다. 그래도 친윤 쪽에선 반색을 한 모양이다. 윤핵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당정이 하나 돼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당정치의 책임정치가 무엇인지 논쟁으로 승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도발한 의도가 바로 그거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10일 대통령 당선 바로 다음 날 “대통령이 된 저는 모든 공무원을 지휘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당의 사무와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래놓곤 집권당 당 대표 선출에 노골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여러 번 들켰다.정치인에게는 설명의 의무가 있다. 정 관여하려면 들키지 말든가, 자기 말을 뒤집으려면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차라리 당헌당규를 개정해 대통령이 당당하고 투명하게 당 대표를 겸임하는 게 낫다는 게 내 주장이었다. ● 누구를 위한 당정분리

    •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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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 노무현은 “당정분리 재검토” 작심토로 했었다

    노무현은 “당정분리 재검토” 작심토로 했었다

    새로운 팩트를 알게 되면 생각과 주장도 달라져야 한다. 나는 ‘당정 분리’가 민주적 원칙 또는 상식이고 따라서 대통령이 당 대표까지 좌지우지하는 것은 반(反)민주인줄 알았다. 그래서 작년 9월 ‘차라리 대통령이 여당 Chong Jae 겸임하시라’고 칼럼도 썼다. ▶[김순덕 칼럼]차라리 대통령이 여당 Chong Jae 겸임하시라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31/115246267/1참여정부 출범 때 당정분리를 최초로 도입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2007년 “당정분리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작심 발언했다는 걸 난 최근에야 알았다(이런…). 그렇다면 당정분리 명분으로 대통령의 당 총재 겸임을 금지한 것도 재검토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어 급히 정당개혁과 민주주의 관련 자료를 뒤졌다. ● 바쁘신 분들을 위해 요약하면…결론은 역설적이고 착잡하다. 바쁜 분들을 위해 전체 흐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당정분리 실패를

    •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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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 아니, 대통령실이 기자들을 고발했다고?

    아니, 대통령실이 기자들을 고발했다고?

    엄마들의 로망은 딸과 친구 같은 엄마가 되는 거다. 딸들은 그렇지 않다. 친구 많은 그들은 성모마리아 같은 엄마를 원하지, 엄마와 친구처럼 놀기를 원치 않는다. 내 딸도 그랬다. 설을 끼고 딸과 휴가를 갔는데(그래서 도발을 2주 제꼈답니다^^;) 갑자기 “엄마는 왜 늘 ‘아니’ 하고 말을 시작해?” 하는 것이었다.“아니, 내가 언제?”… 했다가 나도 놀랐다. 열두 살 때도 내게 테러를 감행해 날 충격에 빠뜨리더니 이번엔 한국인에게 ‘아니’로 말을 시작하는 부정적 버릇이 있다는 충격 발언으로 에미를 단박에 아다다로 만들었다.그러고 보니 옛날 코미디언 임희춘이 “아니, 그게 아니구요” 했던 게 생각난다. 아니 나는 부정적으로 말한 것도 아니었다. 사전에는 ‘아니’에 부정이나 반대의 뜻도 있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에 쓰여 강조의 의미로 쓰이는 어법도 나와 있다. 아니 사실은, 아니 근데, 아니 내 말은, 아니 그게, 아니 있잖아…영어로 말하면 By the way! 아니, 라는 말을 안 하려

    • 202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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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우리 민족끼리’ 통전술에 속아 나라가 넘어갈 판

    ‘우리 민족끼리’ 통전술에 속아 나라가 넘어갈 판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초한전(超限戰)을 중공만 하고 있겠느냐는 점이다. 공산독재정권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북한 김정은 정권이 중공에서 배운 초한전을 우리에게 펼치고 있는지 주시할 때다.’   작년 말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를 놓고 쓴 ‘도발’을 이렇게 마무리하면서(악마는 싸우지 않고 이긴다. 중국 비밀경찰서처럼) 나는 생각했다.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에서 자유세계를 대상으로 펼치는 공작이 이제야 드러났다. 그럼 북한 통전부는 ‘자기네 밥’ 같은 남한을 놓고 놀고만 있겠나?   아니나 다를까. 전임 문재인 정권 때는 꼭꼭 숨어있던 사건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북한의 지령을 받고 ‘민중자주통일전위’를 만든 경남 창원의 부부 반정부단체 활동가, 북한 공작원과 접선 뒤 진보정당과 농민단체 등을 포섭해 ‘ㅎㄱㅎ’(조국통일 한길을 수행하는 한길회)을 조직한 진보정당 전직 간부 등이 국가정보원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다.   ● 문재인 복심도 간첩 사건

    • 20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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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왜 관료개혁은 말하지 않나

    왜 관료개혁은 말하지 않나

    구멍가게만한 기업도 사람이 바뀌면 달라진다. 심기일전(心機一轉·어떤 동기가 있어 이제까지 가졌던 마음가짐을 버리고 완전히 달라짐). 이걸 하라고 연말이면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인사를 하고, 5년마다 나라에선 대통령을 새로 뽑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여덟 달이 지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부터 따지면 열 달. 사람으로 치면 없던 아이도 낳았을 기간이다. 성과는… 아직 모른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청문회와 북한 무인기 침투, 그리고 대응을 보면,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공직사회는 1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취임 석 달도 안 된 경찰청장이 만취?윤희근 경찰청장은 이태원 참사 청문회에서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총수도 휴무일 술 마실 권리가 있다는 인권선언! 하지만 경찰청장 된 지 3년쯤 됐으면 모른다. 임명된 지 석 달도 안 된 초대 경찰청장이 주말이라고 지방에서 만취 상태로 잠든다? 그것도 MZ세대에는 크리스마스보다 더 핫한 핼러윈데이에?   취임 다

    • 202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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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임인년 ‘미스터 션샤인’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임인년 ‘미스터 션샤인’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30여 년 전 나를 뽑아준 편집국장 댁에 몇몇 선배들과 세배를 갔을 때다. 여기자는 한해 한두 명쯤 뽑히던 그 추운 시절(지금은 거의 절반이다), 국장이 “기자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를 보는 기자와 안 보는 기자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그걸 들여다보기 시작해 연말이면 이 잡지가 내놓는 새해 세계전망을 들여다보는 게 나만의 연말행사가 됐다(작년 말 이코노미스트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했다).   1년 전 ‘50억 벌어 교수직도 던진 최성락 투자법’이라는 책으로 대박 낸 최성락 전 동양미래대 교수도 젊은 날 비슷한 경험을 한 모양이다. ‘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이코노미스트’가 본 본 근대조선’이라는 제목에 꽂혀 그의 책을 샀다. 서문을 보니 대학 때 고품격 영어잡지를 봐야 영어실력이 는다는 영업사원에 홀려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100년 전 조선의 모습을 보기 위해 그가 굳이 일본 국립도서관까지 찾아 이코노미스트를

    • 202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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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덕의 도발]악마는 싸우지 않고 이긴다. 중국 비밀경찰서처럼.

    악마는 싸우지 않고 이긴다. 중국 비밀경찰서처럼.

    맛없는 짜장면은 없다. 불어터진 짜장면은 좀 문제가 있지만(그건 면의 문제이지 짜장면의 죄는 아니라고 본다) 짜장면은 냄새만 맡아도 먹고 싶어지는 국민적 최애 외식메뉴다. 죄 없는 짜장면을 죄스럽게 만든 서울 송파구 한 중국음식점의 정체가 마침내 드러날 모양이다. 이 중국집이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가 아닌지, 방첩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최근 보도다. 동작 참 늦다. 스페인의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중국 공안당국이 해외 54개국 110곳에 비밀경찰서를 운영 중’이라고 폭로한 게 9월과 이달 초였다. 한국 건은 9월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민주국가에 다 설치돼 있을 정도면 우리 공안당국도 진작 확인했어야 했다.  ● 미국과 유럽선 발각됐는데 중국은 부인    물론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부인한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 별도로 설치한 비밀경찰서는 없다”는 거다. 믿기 어렵다. 네덜란드는 10월 26일 암스테르담과

    •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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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대기자는

  • 학력

    • 1984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 2001년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방송과(석사)

    • 2005년

      고려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최고위과정(수료)

  • 주요 경력

    • 1983년

      동아일보 편집국 입사

      문화부 생활부 이슈부 차장

    • 2002년

      논설위원실 논설위원

    • 2007년

      편집국 부국장

    • 2012년

      논설위원실 논설위원(국장급)

    • 2013년

      논설위원실장

    • 2016년

      논설주간(상무)

    • 2018년

      대기자(전무)

  • 저서 및 상훈

    • 2003년

      마녀가 더 섹시하다(굿인포메이션) 출간

    • 2005년

      제14회 대한언론상 논설부문 (대한언론인회)

    • 2006년

      제15회 최은희여기자상

    • 2007년

      글로벌리스트(민음사) 출간 이화언론인상

    • 2009년

      한국참언론인대상 문화부문 (한국언론인연합회)

    • 2011년

      제5회 삼성언론상(논평·비평)

    • 2013년

      제16회 효령상 언론부문 (사단법인 청권사)

    • 2014년

      제26회 중앙언론문화상 신문출판 부문 (중앙대학교)

    • 2021년

      위암 장지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