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해로운 가족’과 헤어지는 법 알려드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1일 01시 40분


코멘트

어린 시절부터 학대 당한 저자
가족과 인연 끊은 뒤 상처 치유
해로운 가족 분류법 제시하고, 건강하게 슬퍼하는 방법 제안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셰리 캠벨 지음·제효영 옮김/372쪽·2만1000원·심심

책은 ‘화목한 가족’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가정 폭력의 피해자들이 지속적으로 불행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해로운 가족과는 관계를 끊어도 된다.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돌봐도 된다”고 말하면서 행복을 위해 가족과 결별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책은 ‘화목한 가족’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가정 폭력의 피해자들이 지속적으로 불행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해로운 가족과는 관계를 끊어도 된다.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돌봐도 된다”고 말하면서 행복을 위해 가족과 결별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잔혹한 현실을 깨달았다. 해로운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미 마음 깊은 곳에선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식구들과 다르게 대한다는 걸 느꼈을 때, 그리고 어머니의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 몸짓, 목소리 톤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45년이 흘렀다. “가족과 단절하겠다”는 선언을 한 뒤 이를 실천했다. 저자는 뒤늦게나마 “내 인생이 치유됐다”고 고백한다.

“가족이 가장 큰 가해자야”라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대사처럼 가장 가까운 가족이 오히려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견디며 살아오다 40대 중반이 돼 가족과 완전히 관계를 끊은 저자가 어떻게 가족과 결별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과 방법을 16단계로 소개한다.

우선 건강한 가족과 해로운 가족의 분류법을 제시한다. 건강한 가족은 상대에게 상처를 줬을 때 속상해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반성을 하며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해로운 가족은 자신이 잘못해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네가 더 착하거나 덜 보채는 아이였다면 나도 부모 노릇을 더 잘했을 것이다’ 식으로 책임을 돌리거나 언어적, 비언어적 수단으로 가족을 위협한다. 해로운 가족에서 자라난 이들에게선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에 오래도록 짓눌려 자기 긍정감이 낮고, 자신의 판단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향이 큰 공통적인 후유증을 발견할 수 있단다.

저자는 해로운 가족이 주는 영향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가족과 자신의 접촉을 분리하는 ‘경계선’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직접 상대방에게 불편하다는 감정을 밝히거나 아예 침묵으로 대응하는 방법 등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의 경우에는 어머니, 아버지, 언니, 오빠 등의 호칭으로 부르지 않고,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한다. 저자는 “완벽한 방법은 없다.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스스로 관계를 끊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가족과 경계선을 그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부정적 감정은 ‘죄책감’과 ‘수치심’이다. ‘나는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근원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럴 때 “적극적으로 슬퍼하라”고 권유한다. 학대를 지속적으로 받아온 이들의 경우 슬픈 감정을 건강하게 푸는 법 대신 이를 잊거나 밀어내는 법에 익숙한 경우가 많다. 이에 “울고, 흐느끼고, 몸을 떨며 소리 지르고 아파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을 붙들고 있던 잘못된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등 건강하게 슬퍼하는 방법 9가지도 소개한다.

저자는 가족과 결별을 겪으면서 상처에 대한 치유, 삶에 대한 자부심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나를 보듬어주는 가족이 없다는 상실감과 누적된 상처가 단번에 없어질 수 없지만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오히려 자부심, 의욕, 흥미를 고취시킨다고 강조한다.

가족과 헤어지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자신에게 해로운 주변 친구, 연인, 동료 등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방법이라고 느껴진다. “나 자신의 행복에 집중하라”는 저자의 지적처럼 가족을 비롯한 각종 사회의 틀에 맞추다 정작 우리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반문하게 하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해로운 가족#헤어지는 법#학대#건강하게 슬퍼지는 방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