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계’ 오신환, ‘친문 현역’ 고민정에 도전장

  • 주간동아
  • 입력 2024년 2월 24일 0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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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 신설 후 7번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전승한 ‘국힘 험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불도저처럼 너무 마음대로 하는데, 이걸 막으려면 역시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을 다시 뽑아줘야 한다.”(서울 광진구 구의동 60대 주민)

“광진구가 ‘민주당 텃밭’이 돼서 주민들이 얻은 게 없다. 물갈이를 위해서라도 국민의힘 후보를 찍어야 한다.”(서울 광진구 자양동 70대 주민)

여야 단수공천으로 광진을 대진표 확정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왼쪽)과 국민의힘 오신환 전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왼쪽)과 국민의힘 오신환 전 의원. [뉴스1]

22대 총선 승부처가 될 ‘한강벨트’ 서울 광진을 선거구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야는 일찌감치 광진을에 후보를 단수공천해 승부수를 띄웠다. 국민의힘에선 오신환 전 의원(53)이 2월 14일 자당 첫 번째 단수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광진을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45)도 이튿날 단수공천됐다. 양당의 선거 신경전은 이미 본격화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월 20일 광진구 화양동을 찾아 광진갑·을 후보로 각각 확정된 김병민 전 최고위원, 오신환 전 의원과 함께 ‘시민이 안전한 대한민국’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두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행보다. 한 비대위원장이 이날 ‘여성안전’ 중요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 안전을 강화하고 싶다면 윤석열 정부의 ‘반여성정책’에 대한 사과가 먼저여야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두 후보의 맞대결을 놓고 ‘넓은 의미에서 리턴매치’라는 시각도 있다. 고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50.4% 득표율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47.8%)를 2.6%p 차로 누르고 당선했다(그래프 참조). 이때 총선에서 고 의원은 전략공천을 받는 등 당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서울시장 출신 거물 정치인’ 오세훈 후보를 꺾어 주목받았다. 서울 관악을에서 재선한 오신환 전 의원은 이른바 ‘오세훈계’로 불린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시장의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본부장을 지낸 데 이어 서울 정무부시장으로서 오 시장과 호흡을 맞췄다.

기자는 이 지역구의 바닥 민심을 듣고자 2월 21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을 찾았다. 구의동·화양동과 함께 광진을 지역구를 구성하는 곳으로,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과 자양전통시장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았다. 고 의원과 오 전 의원 모두 구의역 인근 자양사거리 대로변에 사무소를 열고 선거전에 돌입했다.

1970년대 형성된 광진구 대표 상권 중 하나인 자양전통시장에서 유권자들의 민심을 들어봤다. 기자가 “총선을 앞두고 어느 후보를 뽑을지 정했느냐”고 운을 떼자 시민들은 “선거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해서 잘 모르겠다” “수십 년 동안 장사하며 IMF(외환위기)도 겪고 코로나19도 겪으며 버텼는데 요즘처럼 장사하기 어려운 때는 처음”이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공약 살펴 선택하겠다는 사람 유난히 많아”

자양동 토박이라는 50대 박 모 씨는 “누굴 뽑을지 아직 고민 중인데, 고 의원이나 오 전 의원 모두 비교적 젊고 의정 활동 경험도 있어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동네 주민 중 ‘두 후보가 총선 전까지 어떤 공약을 내는지 잘 살피다가 선택하겠다’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상당수 유권자는 현역인 고 의원에 호감을 나타냈다. 자양전통시장에서 30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60대 김 모 씨는 “동네 사람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고민정 의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지 않느냐”면서 “고 의원이 국회에서 말도 시원시원하게 잘하고, 이곳 시장에 자주 와서 상인들 민심도 잘 들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반면 “광진을에도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70대 유권자 이 모 씨는 “그동안 광진구 하면 ‘민주당 밭’이라고들 했는데, 진절머리가 나서 이번 선거에선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오 전 의원에 대해서는 “관악구에서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한 사람이 광진구에 갑자기 왜 출마했는지 공감이 안 돼 지지할 마음도 없다”(40대 구의동 주민 최 모 씨)는 반응과 “(오 전 의원의) 처가가 광진구에 오랫동안 살았으니 연고가 있는 셈이고, 당선되면 오세훈 시장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 같아 지지한다”(50대 화양동 주민 이 모 씨)는 호평이 교차했다.

광진구가 신설된 후 치른 1996년 15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7차례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은 광진을 지역구 의석을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다. 이웃한 광진갑(15~21대 총선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 5번, 보수 정당 후보 2번 당선)과 비교해도 민주당 지지세가 두드러지는 곳이다. 광진을이 배출한 대표적인 유력 정치인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추 전 장관은 광진을에서만 5선(15·16·18·19·20대)에 성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분 2004년 17대 총선에선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선 추 전 장관이 열린우리당 김형주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다만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던 광진을 민심도 최근 변화가 감지된다. 2022년 20대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48.8%)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47.2)를 1.6%p 차로 앞섰다. 이때 선거에서 광진을을 구성하는 7개 행정동 중 자양2~4동과 구의3동, 화양동에서 윤 대통령 득표율이 이 대표를 앞섰다. 이 대표는 광진을 자양1동, 구의1동에서 윤 대통령보다 많이 득표했다. 같은 해 치른 지방선거에서 광진구 유권자들은 서울시장과 구청장으로 모두 국민의힘 후보를 택했다. 당시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오세훈 시장(58.3%)은 민주당 송영길 후보(40.0%)를 18.3%p 차로 누르고 당선했다. 같은 당 소속인 김경호 광진구청장(51.2%)은 민주당 김선갑 후보(48.8%)를 2.4%p 차로 앞서 승리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28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주간동아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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