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ng] 킹메이커 “백연 저감·폐열회수로 에너지 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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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26일 1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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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흰 연기(백연)을 보는 시선은 저마다 다르다. 사실, 백연의 성분은 대부분 수증기, 즉 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백연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우리 몸에 유해한 물질이 들었을 것으로, 공기를 오염시킬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기업은 비용을 들여 공장 굴뚝에 백연 저감 설비를 설치한다. 문제는, 설비를 설치하는 비용도 들지만, 이 설비가 움직이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더 많이 쓰고 이산화탄소도 배출하는 점이다. 기업은 설비 설치 비용과 운영 비용 증대, 이산화탄소 배출과 에너지 낭비라는 사중고를 겪는 셈이다.

잠열 배열 시스템을 점검하는 이돈구 킹메이커 대표(오른쪽) / 출처=킹메이커


환경 설비 기업 킹메이커를 이끄는 이돈구 대표는 기업의 골칫거리인 백연을 다른 관점으로 본다. 그는 백연을 골칫거리가 아닌,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에너지를 가져다줄 원천으로 생각한다.

킹메이커는 백연을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를 회수하는 ‘잠열 배열 시스템(Latent Heat Backs treaming System, 이하 LHBS)’을 연구 개발한다. 이 시스템의 원리와 장점을 이해하려면 먼저 백연의 성분, 백연이 만들어지고 배출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야 한다. 백연은 뭔가를 연소할 때 나오는 수증기에 의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CH4(메탄) 연소 시에는 메탄과 O2(산소)가 만나 H2O(물), CO2(이산화탄소)로 구성된 배기 가스가 만들어진다.

킹메이커 LHBS의 동작 원리 / 출처=킹메이커


연소 후 뜨거워진 물은 관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굴뚝에서 배출된다. 뜨거워진 물이 굴뚝 밖의 찬 공기와 만나면 액화 작용을 거쳐 수증기가 된다. 이 수증기가 백연이다. 수증기가 될 물의 양을 줄이면 백연을 저감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가치가 만들어진다. 수증기가 물로 응축될 때 생기는 ‘잠열’이다.

열은 에너지다. 연소 후 만들어지는 뜨거워진 물을 관로와 굴뚝으로 보내 배출하기 전, 잠열을 회수한다면 이 역시 에너지가 된다. 실제로 잠열이 가진 에너지가 매우 높은 덕분에, 사람들이 잠열의 일부라도 회수하려고 만든 제품이 ‘콘덴싱 보일러’다. 배기 가스의 잠열을 회수하면 연료 사용량을 줄이는 덕분에, 콘덴싱 보일러는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 받았다. 단, 기존의 제품은 배기 가스의 잠열 가운데 극히 일부만 회수했다.

킹메이커가 만든 LHBS / 출처=킹메이커


기존의 백연 저감 설비들은 가열이나 냉각, 전기 분해 등으로 물을 없앴다. 연소 후 만들어진 뜨거운 물을 가열해 없애거나, 냉각 응축해서 포화증기 상태에 다다르게 제어하는 원리다. 하지만, 이들 기술은 백연을 저감할 때 또 다른 에너지를 쓰고, 물의 잠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반면, 킹메이커의 LHBS는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는 방식으로 물을 없애고 잠열을 대부분 회수한다. 관로에 LHBS를 설치해서 연소 후 만들어진 배기 가스를 LHBS 내부의 흡수탑으로 보낸다. 흡수탑에는 수분을 흡수하는 특수 용액이 있는데, 이 용액이 배기 가스 중의 수분을 흡수해 내보낸다. 특수 용액이 수분을 흡수한 만큼 배기 가스의 수분이 줄어드니, 굴뚝 외부에 생기는 백연 또한 저감된다. 특수 용액이 수분을 흡수할 때 생기는 잠열을 활용하면 연소 열량도 10% 이상 높인다.

킹메이커 LHBS가 가져다주는 효과 / 출처=킹메이커


이돈구 대표는 화학기술공학기술사이자 안전진단 컨설턴트인 그의 부친과 함께 기술을 연구 개발했다. 시장성을 확인하고 기술을 차근차근 마련해 실증 단계까지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LHBS의 한계와 발전 방향, 도전 과제도 찾았다.

킹메이커의 LHBS는 지금 LNG나 LPG 등 ‘연소 후 청정 배기 가스만 배출하는 곳’에만 적용 가능하다. 디젤이나 석탄 연료를 연소하면 배기 가스에 황산화물, 미세먼지 등 이물질이 섞인다. 이런 배기 가스의 관로에 LHBS를 적용하면, 배기 가스 속 이물질이 관로를 막고 수분 흡수 용액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운용 효율을 낮춘다.

연구 중인 킹메이커 임직원들 / 출처=킹메이커


잠열로 회수하는 열량은 많지만, 온도에 따라 활용 범위가 정해진다. LHBS로 만드는 잠열의 온도는 95℃쯤인데 이는 저온 열에 속한다. 고온 열은 쓸 곳이 많지만, 저온 열은 공장 가운데 일부에서만 활용한다. 이돈구 대표는 LHBS의 설치 영역, 잠열의 활용 범위 모두를 넓힐 연구 개발을 도전 과제로 꼽았다.

그 시작으로, 킹메이커는 올해 경기 시흥의 한 수영장에 LHBS를 설치했다. 이 곳에서 기술의 완성도를 높인 것을 계기로, 뜨거운 물과 잠열을 많이 쓰는 제지 공장에서의 실증도 진행 예정이다. 나아가 소각장에 LHBS를 설치해 이물질이 많이 포함된 배기 가스에서도 잠열을 회수할 방안을 찾으려 한다. 온수 발전기, 칠러(냉각설비) 등 뜨거운 물과 잠열의 활용 기술도 연구한다. 이 기술을 LHBS에 통합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기술을 소개하는 이돈구 대표 / 출처=킹메이커


킹메이커가 바라보는 곳은 식품 공장과 제지 공장이다. 이들 공장에 LHBS를 설치해서 백연의 저감 효과는 물론, 뜨거운 물의 잠열을 활용해 에너지 소비 효율을 10% 이상 높이는 효과까지 가져다주려 한다.

이미 만들어진 공장에도 LHBS를 설치 가능하지만, 킹메이커는 새로 만드는 공장에 설치하면 효율이 더 좋고 비용 절감 폭도 크다고 말한다. 백연과 이산화탄소 저감, 에너지 절약과 잠열 활용 등 기존 공장이 겪었던 사중고를 오히려 네 가지 혜택으로 바꾼다고 강조한다.

박람회에서 기술을 공개하는 이돈구 대표 / 출처=킹메이커
박람회에서 기술을 공개하는 이돈구 대표 / 출처=킹메이커


기술 실증과 고도화, 레퍼런스 확보는 킹메이커와 같은 소규모 기업이 풀기 어려운 과제다. 기술이 새로운 것일수록,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그렇다. 실제로 창업 초기, 이돈구 대표는 수많은 공장을 찾아 LHBS를 보급하려 했으나, 원하는 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한다. 어려워하는 그의 손을 환경부의 환경산업연구단지가 잡았다.

환경산업연구단지 환경산업기술원은 창업벤처 녹색융합클러스터를 통해 킹메이커를 직간접 지원했다. 먼저 인건비와 테스트 설비 구축비, 실험 공간을 직접 지원했다. 이어 특허와 자금 조달, 법률 부문 전문가를 초빙해 무상 자문으로 간접 지원했다. 최근에는 인근 소각장을 실증지로 쓰도록 연계했다.

LHBS를 실증 중인 킹메이커 임직원들 / 출처=킹메이커
LHBS를 실증 중인 킹메이커 임직원들 / 출처=킹메이커


지원을 업은 이돈구 대표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 환경산업연구단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마워한다. 그는 킹메이커의 미션을 백연 저감과 에너지 회수에서 더욱 넓혀, 탄소 중립 및 에너지 산업의 유행 변화를 달성하려 한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여 탄소 중립에 기여하고, 에너지 산업의 유행을 친환경 에너지에서 기존 에너지의 회수 효율 증대로 바꾸려 한다.

친환경이라는 유행 아래 수많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과 친환경 에너지들이 나왔다.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넘어서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친환경 개념을 달성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려고 또 다른 에너지를 쓰는 점이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이 환경 파괴를 부르는 점, 친환경 전기자동차를 구동할 전기는 결국 기존의 기술로 만드는 점이 그렇다.

박람회에서 기술을 공개하는 이돈구 대표 / 출처=킹메이커
박람회에서 기술을 공개하는 이돈구 대표 / 출처=킹메이커


킹메이커는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려고 또다른 에너지를 쓸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수십 년을 써 온 에너지 설비의 효율을 높이고 낭비하던 에너지를 다시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오늘날에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잠열을 회수, 활용하면 가능한 일이다.

이미 고온 열 회수 기술은 여러 산업계에서 다방면으로 활용 중이다. 이 성과를 토대로 저온 열을 활용할 방법을 찾으면, 지금까지 낭비하던 에너지를 새로운 자원으로 쓴다. 기존의 설비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물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낮춘다.

중소벤처기업부 표창을 받은 이돈구 대표 / 출처=킹메이커
중소벤처기업부 표창을 받은 이돈구 대표 / 출처=킹메이커


이돈구 대표는 “환경과 기후 변화는 북극곰에게만 닥친 문제가 아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사람이 살고, 사람이 살아야 기술도 가치를 발한다. LHBS와 잠열 회수 기술을 고도화해 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을 만족하겠다. 환경부와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은 만큼, 지구 환경과 사회에 새로운 가치, 효율을 가져다줄 기업으로 더욱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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