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더 무서울 걸? 사교육 괴담집 ‘괴이,학원’ [책의향기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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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1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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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학원/배명은·김선민·은상·정명섭·김하늬 지음/196쪽·1만3000원·빚은책들

건강하지 않은 '경쟁'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학원 괴담집'으로 만들어졌다.

무한 입시 경쟁과 서열화, 극단적 승자독식과 실력주의 사이에서 태어난 '학원'은 외국어로 정확히 옮기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 기관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으로 '괴이,학원'은 학원이라는 사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오싹한 이야기를 다룬다.

공포와 학원을 주제로 한 단편 소설 5편을 엮었다. 작품의 공통 배경인 학원은 월영시에 있다. 월영시는 호러 콘텐츠 부흥을 위해 만들어진 창작 그룹 '괴이 학회'가 만든 초자연적인 장소다. 다섯 명의 작가 배명은, 김선민, 은상, 정명섭, 김하늬는 일명 마(魔)의 소굴인 월영시의 한 학원을 배경으로 아이들의 어두운 현실과 비밀스러운 괴이의 세계를 잇는다.

수록된 작품들은 지하(B1) 배명은의 [나를 구해줘]부터 1-2층 김선민의 [특별수업], 3층 은상의 [얽힘], 4층 정명섭의 [4층의 괴물], 5층 김하늬의 [이영의 꿈]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5개 작품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능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두고 벌어지는 갑론을박과 사교육 이권 카르텔 겨냥 및 강남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등 사교육을 둘러싼 현실이 떠오른다. 단순한 '소설'로 치부하기엔 어느새 우리 삶에 따라붙은 서늘한 여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괴이, 학원' 겉표지 뒷면에 있는 최경식 작가가 그린 '월영시 안내도'는 과몰입을 돕는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가상의 도시를 사실적인 곳으로 바꿔준다. 안내도를 펼쳐 학원의 위치를 가늠해보거나 작품에 등장하진 않지만 기이한 분위기가 감도는 장소에 어떤 존재가 있을지 상상해볼 수도 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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