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벗어던지고 맨발로 폭신폭신한 황톳길 걸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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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지자체, 맨발 걷기 활성화 노력
광주 서구-전남 영광 등 황톳길 운영
순천시는 생태 관람 더한 산책로 조성

전남 영광군 물무산 행복숲 맨발 황톳길이 숲속 공기를 마시며 일상 속 피로를 풀 수 있는 건강 산책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광군 제공
전남 영광군 물무산 행복숲 맨발 황톳길이 숲속 공기를 마시며 일상 속 피로를 풀 수 있는 건강 산책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광군 제공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니까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지면서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광주 서구 동천동에 사는 고미란 씨(54·여)는 주말이나 휴일이면 남편과 함께 승용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전남 영광군 영광읍 물무산을 찾는다. 해발 256m의 물무산은 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자연놀이터’다. 유아숲체험원, 계곡 물놀이장, 편백명상원, 하늘공원, 소나무숲 예술원 등이 들어서 있는데 단연 인기는 맨발 황톳길이다. 2km에 달하는 맨발 황톳길은 도심 속에서 느낄 수 없는 청정함을 오롯이 체험할 수 있다. 3대(代)가 함께 걸을 수 있는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해마다 5만 명 이상이 찾고 있다.

● 맨발 걷기 열풍
운동도 하고 건강도 챙기며 자연과 하나 되는 맨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광주·전남 자치단체들이 일상생활 속 맨발 걷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광주 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서구다. 서구는 맨발 걷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풍암호수공원과 상무시민공원에 황토·마사토길, 세족장을 설치했다. 올해는 금호·쌍학 어린이공원, 동천동 녹지대에 추가로 맨발 산책로를 설치한다. 2026년까지 18개 동에 마을별 맨발 걷기 시설을 추가로 만들 방침이다.

서구는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와 협약을 맺고 맨발걷기 학교, 맨발걷기 홍보단·동아리 운영을 통해 맨발 걷기를 확산시키고 모바일 걷기앱(워크온)을 활용해 다양한 걷기 챌린지를 운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영광군은 물무산 행복숲 맨발 황톳길을 2018년 3월 개장했다. 처음에는 폭 3m, 길이 2km 전체 구간이 황톳길이었는데, 이용객 행태를 분석해 질퍽한 구간 0.6km를 제외하고 마른 황톳길 1.4km 구간만 운영하고 있다.

매일 송풍기로 길 위의 낙엽을 불어내고 매주 한 차례 황토를 뒤엎으며 해마다 두 차례 좋은 품질의 황토를 보충하는 등 황토길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황톳길 입구에서 보랏빛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맥문동을 심은 데 이어 올해는 걷는 즐거움을 더해주기 위해 황톳길을 따라 상사화를 심었다. 영광군은 맨발 황톳길 중 질퍽한 구간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폐장하고 마른 황톳길만 운영한다.

강종만 영광군수는 “맨발 황톳길을 지역민보다 외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다”며 “최근에는 전국의 자치단체에서 황톳길 운영 노하우를 배우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신안에 국내 최대 어싱길 조성
10월 31일까지 순천만국가정원 일대에서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도 맨발로 걷는 길이 들어섰다. 순천시는 맨발로 걸으며 도심 곳곳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 오천그린광장에 걸쳐 총 12km의 어싱(Earthing·맨발)길을 조성했다. 세계자연유산인 람사르 습지길 4.5km는 다양한 생물과 갯벌, 갈대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어 인기다.

1004개의 섬을 보유한 전남 신안군은 전국 최대 길이의 ‘어싱길’을 조성한다. 이 길은 지도읍 자동리에서 점암 선착장까지 무려 14km에 이른다. 7월 폭 2∼2.5m의 3.4km를 먼저 개통하고 2026년까지 전체 구간을 완료할 계획이다. 발을 씻고 쉬어갈 수 있도록 500m마다 세족장을 만든다. 길 양쪽에는 신안 대표 수종인 나한송과 부들레야 꽃을 심고 바로 옆에는 자전거 길도 만든다.

전남 목포시도 부주동 초당산에 황토 맨발길 1km를 최근 개통했다. 목포시의 맨발길 조성은 양을산 ‘맨발로 청춘길’에 이어 두 번째다. 목포시는 초당산 맨발길에 세족장과 음수대, 흙먼지 떨이기, 신발 보관함, 휴게의자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일상을 응원하는 감성 문구를 부착했다. 경사면에는 맥문동과 왕벚꽃나무를 심어 단조로운 숲길에 계절별로 색깔을 입혔다.

앞으로 옥암수변 둑방길 1km, 양을산 편백향길 1.2km, 산정산 느림길 1.5km, 대양산단 힐링길 1.5km, 대삼학도에는 무장애길을 만드는 등 건강한 맨발길을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황톳길#맨발 걷기 활성화#산책로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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