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호적으로 해외 입양됐다 추방…법원 “입양기관 1억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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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16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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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때 미국에 입양됐으나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추방 위기에 몰린 아담 크랩서(신송혁)씨 (출처=KGW-TV)
3세 때 미국에 입양됐으나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추방 위기에 몰린 아담 크랩서(신송혁)씨 (출처=KGW-TV)
40여년 전 기아호적(고아호적)으로 미국으로 입양됐다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해 한국으로 추방된 입양인에게 입양기관이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박준민)는 16일 오후 아담 크랩서(한국명 신송혁·46)가 정부와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2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홀트아동복지회는 신씨에게 1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도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다”며 정부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신씨는 재판이 진행되던 지난해 10월 주거지인 멕시코로 떠나 이날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신씨의 대리인은 판결 직후 “홀트의 불법 책임을 인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불법 해외 입양을 주도하고 관리·계획·용인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기록원 자료와 국회의사록에 아동 입양 실태를 지적한 기록이 있다”며 “입양 아이들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는데 기각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신씨는 1979년 세살 때 미국에 입양됐지만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를 받다가 파양됐다. 열두살 때 입양된 두 번째 양부모에게서도 학대받다 열여섯 나이에 두 번째 파양을 겪었다.

신씨는 성인이 되도록 시민권을 얻지 못하다가 2014년 영주권 재발급 과정에서 청소년 시절 경범죄 전과가 발각돼 2016년 추방됐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입양 과정에서 신씨의 친부모가 있는데도 기아호적을 만들어 해외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이름도 본명 ‘신성혁’이 아닌 ‘신송혁’으로 기재됐다.

기아호적을 만들면 친부모 동의 절차가 생략되는 등 입양 절차가 쉬워진다.

신씨 측은 소송에서 “피고들이 국가간 입양의 기본 의무라 할 수 있는 입양 아동의 국적 취득 조력 및 확인을 다하지 않았다”며 고액의 입양 수수료를 받고 국가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홀트 측은 “당시 법 절차에 따른 행위였으며 사후 관리 의무가 없었음에도 신씨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해 왔다.

신씨 측은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취지로 항소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대리인은 이날 “항소 여부를 원고와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해외 입양인이 국가를 상대로 입양 과정의 문제를 제기한 첫 손해배상 사건으로 꼽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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