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발 먹자” 정부 제안에 이집트 국민들 뿔났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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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1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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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집트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닭고기 대신 닭발 소비를 권장했다가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고 19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이집트 국립영양연구소(NNI)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을 통해 닭발과 소발굽 등이 ‘단백질이 풍부하고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음식’이라고 홍보했다.

한국 등 아시아권과 달리 이집트에서 닭발은 식자재라기보다 반려견의 사료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카이로 교외 기자시의 가금류 시장 주변에서 구걸하던 남성도 “신이여, 우리가 닭발을 먹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하지 마소서”라고 말할 정도다.

이같은 정책은 국민적 분노와 정부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고 BBC는 전했다.

이집트의 이달 물가상승률은 30%를 돌파했다. 식용유와 치즈 등 기본 식자재는 감당할 수 없는 사치품이 된 지 오래고, 일부 품목은 불과 몇 달 만에 가격이 두세 배로 뛰었다. 특히 육류 가격이 많이 올라 식탁에서 고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매달 5000이집트파운드(약 21만 원)를 연금으로 받는다는 세 자녀의 어머니 웨다드는 1년 전만 해도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겼지만, 현재는 먹고 사는 것조차 빠듯하다고 한다. 그는 “고기를 한 달에 한 번 먹거나 아예 사지 않는다”며 “요즘은 달걀 한 알에 5이집트파운드(약 210원)씩이나 한다”고 호소했다.

웨다드는 “닭고기를 사기 위해 잔돈까지 긁어모았다”며 “한 상인은 닭 살코기를 1㎏에 160이집트파운드(약 6780원)에 파는데, 200이집트파운드(약 8480원)까지 부르는 사람도 있다. 반면 닭발은 20이집트파운드(약 850원) 밖에 안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는 식료품 수입에 대한 높은 해외 의존도가 한몫했다. 이집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밀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로, 밀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밀 공급이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또 전쟁 여파로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작년 한 해 이집트 화폐 가치가 반토막 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작년 1월 기준 달러당 15 이집트 파운드였던 환율은 1년 만에 달러당 32.1 이집트 파운드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여파 등으로 이집트 국내총생산(GDP)의 약 5%를 차지하는 관광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이집트는 지난 6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 4차례 걸쳐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정부 세입의 절반가량을 부채 상환에 쓰고 있다.

BBC는 이집트에선 과거 경제난이 폭동으로 이어지며 모하메드 무르시 전 정권을 붕괴시킨 경험이 있다며 이번 경제난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또다시 소요 사태로 이어질 조짐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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