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럽판 IRA’ 폭풍전야… 또 허둥지둥 ‘뒷북대응’하는 일 없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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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전기차 배터리의 광물 공급망 강화 등을 위한 핵심원자재법(CRMA)과 탄소중립산업법을 14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언론에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EU는 핵심 원자재의 최소 10% 이상을 역내에서 생산하고, 40%를 역내 가공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정할 방침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유럽판 IRA’로 불리는 이 법이 한국 기업들에 또 다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RMA는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EU의 27개 회원국이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는 전략적 의도에서 추진해온 법안이다. 주요 광물 30종류의 절반 이상을 90% 넘게 중국, 러시아 등지에 의존해온 유럽은 전쟁으로 공급망 교란이 심화한 지난해부터 수입 다변화 등 대안을 모색해왔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으로는 미국 같은 원산지 규제나 지원 차별 조항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향후 법 조항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추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전기차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 경쟁 속에 광물 확보전까지 가열되면서 주요국들의 무역장벽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글로벌 경제 블록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EU는 역내 친환경 기업에 매칭펀드 형식으로 미국과 같은 수준의 보조금을 주고 지급 규정도 완화키로 했다. IRA에 맞불 형식으로 사실상 ‘보조금 전쟁’을 선언한 것인데,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업들은 차별을 받게 될 수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유럽과 미국의 협공으로 한국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가뜩이나 미국의 IRA와 반도체지원법에 연이어 뒤통수를 맞고 후속 대응에 진땀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세부 내용이 구체화하는 과정에 한국에 더 불리한 조건들이 덧붙여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해외 조치가 더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부정적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면서 기회 요인을 찾아 우리 기업들의 이익을 지킬 선제적 방안이 절실하다. 핵심 원자재의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전폭적 지원을 통해 기술 경쟁력 강화 등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정책 또한 실기해선 안 될 것이다.
#유럽판 ira#폭풍전야#뒷북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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