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올인’ 바이든 “내년 민주 선거 위해 2000억여원 지원”

  • 뉴스1
  • 입력 2022년 12월 16일 0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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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올인’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내년 아프리카 선거와 ‘좋은’ 통치를 지원하기 위해 1억 6500만여 달러(약 1268억 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워싱턴에서는 지난 13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으로 ‘미-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지역 정상 45명을 포함한 49개국 대표단과 AU 대표단이 방문 중이다.

이번 회의 전후로 바이든 대통령은 △3년간 550억 달러(약 72조 원) 지원 △무역 강화 협정을 약속한 데 이어 이날 △주요 20개국(G20) 가입 지지를 표명하는 등 잇달아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또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방문이 성사되면 2015년 7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케냐·에티오피아 방문 이후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찾는 미 정상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아프리카에 구애의 손짓을 보내는 데에는 미국이 소홀하던 사이 중국이 강화해온 지역 영향력 견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아프리카의 미래에 전부를 걸고(올인·all in) 있다”면서 “아프리카가 잘 되면 미국도 잘 되고, 전 세계가 성공한다”고 전날 비즈니스 포럼에서 강조했다.

◇내년 선거 치르는 6개국 정상과 별도 논의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선거를 치르는 △민주콩고 △가봉 △라이베리아 △마다가스카르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정상을 전날(14일) 별도로 만나 관련 논의를 가졌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해당국 정상들과 “외국의 간섭과 정치적 폭력 등 속에서 선거를 치르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선거’를 치른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2023년 아프리카 선거는 중요할 것”이라며 “미국은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진 않지만,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기 위해 선거 과정을 지원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주의 상황을 미 행정부는 주시해왔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2020년부터 기니, 말리, 부르키나파소에서 군부의 권력 찬탈이 일어나면서 탈식민지 시기 서아프리카 ‘쿠데타 벨트’가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해당 3개국은 쿠데타 이후 아프리카연합(AU) 회원국 자격이 정지돼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달 적도기니에서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대통령이 43년 통치에 이어 6선에 성공하자, 미국은 “발표된 결과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구심이 든다”면서 적도기니 선거당국을 향해 “선거 사기 의혹을 밝히는 데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력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AU G20 가입 지지 의미…기후변화 ‘손실과 피해’ 등 발언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프리카연합(AU)의 G20 가입 지지 의사를 명확히 했다.

G20 논의 테이블 좌석을 확보한다는 건 다자주의를 통한 국제문제 해결에 있어 아프리카 지역 이해를 반영할 발언권이 높아진다는 의미가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부연했다.

즉, 선진산업국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손실과 피해’를 주장하거나, 이를 반영해 아프리카 대다수인 저개발국의 채무 재조정을 논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도 다자주의 테이블에서 함께 논할 수 있게 되는데,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번 팬데믹 기간 백신 공급이 가장 늦어졌던 지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역 위신이 상당히 강화되는 의미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리카는 글로벌 과제가 논의되는 테이블에 속하게 되는 것”이라며 “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곧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접 방문도 추진…中 견제 역력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프리카 대륙을 방문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 기간 바이든 대통령이 연이어 쏟아내는 선물 보따리는 전 세계의 관심을 아프리카로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미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출신인 마크 소벨 공적통화·금융기관포럼(OMFIF)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표에 대해 “아프리카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반겼다.

그는 “아프리카에 잠재된 기회뿐만 아니라 지역 성장 촉진과 빈곤·부채 해결 등 문제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아프리카에 구애하는 데에는 G2로 부상한 중국 견제 의도가 역력하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 규모는 미국의 약 4배에 달하며, 아프리카 많은 국가가 인프라 개발 자금 등 유상차관으로 중국에 상당한 부채를 지고 있다.

AFP 통신은 이 부채 규모를 12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아프리카 지도자들을 향해 피력한 ‘중국과 대조되는 미국의 지원 의지’에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미국은 우리의 가치로 선도할 것”이라며 “민주주의 지지, 법치 존중, 인권에 대한 헌신, 책임 있는 정부 같은 게 우리의 DNA”라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지원은 좋은데 부담…우리는 중립”

아프리카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꺼내 놓은 선물 보따리를 반기면서도 미·중 양자 택일식의 해석에는 부담을 표하고 있다.

현 AU 의장국인 세네갈의 무사 파키 마하마트 대통령은 “냉전 이후 수년 간 국제무대에서 ‘국가 이기주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미국의 오랜 대 짐바브웨 제재 중단을 촉구하고, 아프리카 국가들과 러시아의 거래에 제재를 가하는 미 의회 법안에 대해서도 경고하는 등 쓴소리도 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표적이 되는 건 국제 관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아프리카가 강대국의 패권 경쟁 각축전이 되는 데에는 거리를 두고 싶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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