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컵보증금제 시행 열흘째, 대상 매장 3분의 1이 ‘참여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2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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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역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이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있다. 제주=뉴시스
제주 지역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이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있다. 제주=뉴시스
정부가 세종과 제주 지역에 시범적으로 시행한 뒤 전국 확대를 가늠해보겠다고 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 초기부터 난관을 거듭하고 있다. 제도 시행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참여 대상 매장 가운데 3분의 1이 보증금제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단속을 유예하면서까지 매장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열흘 넘게 매장 다수의 ‘보이콧’이 이어지면서 제도가 전국 시행도 되기 전에 좌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환경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9일까지 세종과 제주 지역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 대상 매장 522곳 중 180여 곳이 여전히 보증금제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세종 지역 관계자는 “주말 중에도 불참 매장의 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에 담은 음료를 구입할 경우 300원의 보증금을 내고, 반납하면 300원을 돌려받는 제도다. 세종과 제주 지역에서 2일 처음 시행됐다. 제도가 시행된 지 열흘이 지났는데 아직도 참여 대상 매장의 3분의 1이 보증금제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에 따라 당초 올해 6월부터 전국에서 시행할 예정이었다. 전국에 100개 이상의 지점이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대상이다. 하지만 준비 미비 등으로 인해 참여 대상 매장들이 반발하며 시행이 12월 2일로 미뤄졌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는 시행 지역마저 세종과 제주로 축소됐다. 시범 시행 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시민단체들이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이로 인해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보증금 300원을 내야 해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효과가 큰 중저가 음료 매장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왔다. 세종에 있는 한 중저가 커피전문점 점주는 “보증금 300원이 붙으면 옆에 있는 개인 카페보다 커피 값이 비싸진다”며 “전국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 카페와 편의점까지 빠지면 세종, 제주의 프랜차이즈 매장들만 손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매장은 12일 현재 제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제주에서는 일부 매장들이 제도 보이콧을 명시한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이런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제도에 참여한 매장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세종시와 보증금제 대상 매장들이 만난 자리에서 보증금제에 참여하고 있는 매장 중 몇 곳이 “보증금제를 시행하지 않는 카페로 손님이 옮겨가며 매출이 30% 떨어졌다”거나 “음료가 담긴 컵, 빨대와 뚜껑이 그대로 꽂힌 컵을 들고 오는 손님이 많아 일거리가 늘었다”는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환경부와 지자체는 ‘신노년 일자리사업’ 등 공공일자리 사업을 이용해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노년 인력을 찾아 투입할 계획까지 고려하고 있다. 단속도 한동안 더 유예할 방침이다. 법에 따르면 보증금제 위반 매장은 최대 300만의 과태료를 내게 돼있다.

그러나 보이콧 업체들이 “제도 시행 대상을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개인카페·편의점 등으로 확대하라”거나 “전국에서 시행하라” 같은 주장을 고집하고 있어 입장 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태다. 열흘째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식품접객업소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환경부가 몇 년간 준비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2일부터 제도 시행에 참여한 프랜차이즈 매장 점주는 “막상 적응하니 크게 어려움이 없다. 우리처럼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매장도 있는데 불법(제도 참여 거부) 매장을 언제까지 눈감아 줄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능한 매장들의 불편한 점을 최소화하며 최대한 설득한 뒤 단속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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