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후각·미각 마비, 미세먼지 만나면 더 심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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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침투 돕는 상기도 효소, 대기오염 물질 만나면 농도 올라
냄새-맛 느끼는 세포 기능 떨어뜨려
대기오염 물질 노출 줄여야 감각 이상 발생할 확률도 감소

대기오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후각과 미각 마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대기오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후각과 미각 마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후각이나 미각 상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표적인 후유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 시기에 대기오염 물질에 많이 노출될 경우 후각과 미각 상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대기오염과 코로나19가 유발하는 감각 이상의 관련성을 처음으로 분석한 연구다.

김용대 충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10일 발간된 대한의학회 영문학술지(JKMS) 온라인판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게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의한 후각과 미각 상실은 코와 구강 등 상기도에서 냄새와 맛을 감지하는 부위에 존재하는 효소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와 결합해 체내 침투를 돕는 대표적인 효소가 앤지오텐신전환효소2(ACE2)와 막관통세린계단백질분해효소(TMPRSS2)다. 이 효소들이 대기오염 물질과 만나면 더 활발하게 발현돼 농도가 높아지고 냄새나 맛을 느끼는 주변 세포의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팀은 2020년 1월 20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질병관리청에 등록된 코로나19 확진자 6만194명의 확진 일자, 주소, 성별, 연령 및 식욕 부진과 감각장애 증상 여부를 분석하고 한국환경공단 자료를 통해 확진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기 일주일 전부터 거주 지역의 6개 대기오염물질의 일평균 농도와 온도, 습도 등 기상 자료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확진자 중 3.6%에 해당하는 1917명이 미각이나 후각이 마비되는 감각마비 후유증을 겪었다. 성별에 따른 빈도의 차이는 없었지만 20∼30대 젊은 연령층이 감각마비를 겪는 경우가 더 잦았다.

연구팀이 확진자 거주 지역의 대기오염물질의 영향도를 분석한 결과 (초)미세먼지와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₂), 이산화황(SO₂) 등의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후각과 미각 상실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 판정 이틀 전부터 거주 지역의 공기 1m³당 미세먼지(PM10)의 농도가 22.4μg(마이크로그램), 초미세먼지(PM2.5)는 16.3μg을 넘으면 후각과 미각 마비 증상을 겪을 확률이 1.06∼1.10배로 유의미하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CO, NO₂, SO₂ 등은 확진 판정 7일 전부터 노출량에 따라 후각이나 미각 마비 발생률이 1.06∼1.31배로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반면 대기오염 물질 중 오존(O₃)은 오히려 노출량이 많을수록 후각과 미각 마비 발생률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오존에 강력한 항염증 효과가 있어 감각 이상을 억제했을 가능성과, 오존이 활성화하는 특정 단백질이 ACE2 수용체 발현을 억제했을 가능성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로 코로나19 감염 일주일 전부터 높은 농도의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됐다면 감각 이상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가급적 대기오염 물질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코로나19#대기오염 물질#후유증#미각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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