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포성에 울음터진 연평도 초등생 “엄마가 대피 짐 싸 전쟁난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밤낮없는 北 포사격에 불안한 연평도

연평도 유치원생들 “화재 대피 훈련 받아요” 20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화재 
발생에 대비해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서해상으로 포 사격을 반복하면서 아이들은 불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연평초등학교 관계자는 “학생 대부분이 2010년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겪지 않아서 처음 포 사격 당시 많이 놀랐다”고 했다. 
어른들은 주민 2명이 숨진 12년 전 포격 사태가 되풀이될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 연평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연평도 유치원생들 “화재 대피 훈련 받아요” 20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화재 발생에 대비해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서해상으로 포 사격을 반복하면서 아이들은 불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연평초등학교 관계자는 “학생 대부분이 2010년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겪지 않아서 처음 포 사격 당시 많이 놀랐다”고 했다. 어른들은 주민 2명이 숨진 12년 전 포격 사태가 되풀이될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 연평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태어나서 처음 포 소리를 들었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전쟁이 난 줄 알았아요.”

20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만난 연평초등학교 3학년 김모 양(9)은 북한의 포 사격이 있었던 14일 오후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14일 오후 5시 반경 김 양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집이 흔들릴 정도로 큰 굉음이 들렸다. 김 양은 “엄마가 ‘대피소로 가야 한다’며 다급히 짐을 싸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겁이 나 울음이 터졌다”며 “담임선생님께 전화로 무슨 소리였냐고 물었는데 선생님도 정신이 없었다”고 돌이켰다.

짐을 싸 대피소로 가려던 김 양의 가족은 “북한 쪽에서 포성이 들리고 있다. 집에 머물러 달라”는 마을 방송을 듣고 거실에서 가슴을 졸이며 밤을 보냈다. 한 연평초등학교 관계자는 “학생 대부분은 2010년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겪지 않은 아이들”이라며 “최근 북한의 연이은 포격 때 반 단체 카톡방엔 불안해하는 아이들이 ‘지진이냐’ ‘전쟁이냐’ 등의 글을 연이어 올렸다”고 했다.
○ 북한에서 3km 떨어진 연평도…연이은 포성에 ‘긴장’
북한은 이달 들어서만 14일 오전과 오후, 18일 밤, 19일 낮에 서해상에 포 사격을 쏟아부었다.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네 차례에 걸쳐 서해에만 630발을 퍼부은 것이다. 20일 찾은 인구 2100명의 서해 북단 섬 연평도에는 ‘언제 또 북한의 포 사격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었다.

연평도에서 북한 영토까지의 거리는 약 3km에 불과하다. 육안으로도 북한 땅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특히 2010년 북한군이 연평도를 포격해 주민 2명이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실을 기억하는 주민들에게 최근 북에서 들리는 포성은 ‘악몽’에 가깝다.

이날 둘러본 연평도에는 여전히 곳곳에 12년 전 포격의 상흔이 남아 있었다. 연평종합운동장 담장은 포격으로 철근이 드러난 상태 그대로였다. 도로 가드레일 곳곳에도 포탄 파편을 맞은 흔적이 선명했다. 주민 황계준 씨(62)는 “2010년 북한 포격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직접 겪은 이후 아직도 트라우마에 밤잠을 설친다. 최근 북한이 서해 포 사격을 한 후로는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 꽃게잡이 어민들도 ‘한숨’
북한의 포 사격은 어민들에게도 큰 걱정거리다. 연평도는 국내 최대 꽃게 어장 중 하나이고, 주민 대부분이 꽃게잡이로 생계를 이어간다. 꽃게는 금어기가 해제된 지난달부터 11월 말까지 잡을 수 있는데 최근에는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어민들의 얘기다. 조업을 나갔다가 해양경찰이 “안전을 위해 다시 입항하라”고 하는 바람에 돌아오는 경우도 잦아졌다고 했다.

20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NLL해역에서 중국어선을 상대로 해병대와 해양경찰이 합동 순찰을 하고 있다. 연평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연평도 북쪽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들도 최근 북한의 포 사격 이후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도의 한 어민은 “꽃게는 음폭과 진동에 예민한데 최근 북한의 포 사격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린 것 같다”며 “예년처럼 꽃게를 잡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평도=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연평도#북한#포사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