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으로 환불 요청한 필라테스… 업체는 “계약서상 불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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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요가등 ‘불리한 계약’ 피해 속출

경기 안양시에 사는 직장인 A 씨(37)는 최근 다니던 B필라테스센터를 2개월 더 다니기 위해 65만 원을 내고 10회 이용권을 구매했다. 일주일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회원권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계약 해지와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B센터는 환불을 거부하며 타인에게 이용권을 양도하라고 했다. 계약서에 ‘교통사고 등 제외 환불 불가’ 조항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A 씨는 센터를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했다.

헬스, 요가 등 운동센터에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서를 근거로 환불을 거부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환불 불가’ 약관은 법적으로 무효지만 업체가 버틸 경우 민사소송 외에는 뚜렷한 해법이 없다 보니 피해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필라테스·헬스 등의 이용계약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이 법 31조에 따르면 소비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으며, 사업자는 계약 해지에 따라 일정액을 환급할 의무가 있다. 환불 거부는 위법이다.

또 공정위의 ‘체력단련장 이용 표준약관’에 따르면 이용자 사정으로 개시일 이전 계약을 해지할 경우 사업자는 총액의 10%를 제외하고 환불해줘야 한다. A 씨의 경우 65만 원에서 10%를 제외한 58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업체가 환불을 거부해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하면 소비자원은 업체에 합의를 권고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적 효력은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환불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이에 불응하는 업체에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래도 업체 측이 환불을 거절할 경우 소비자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처럼 행정적 법적 조치가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 보니 소비자가 환불 요구를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 점을 악용해 일단 환불을 거절하고 보자는 식인 운동센터가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2021년 접수된 헬스장·PT 계약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8218건 중 위약금 과다 청구, 계약 해지 거절 등 계약 해지 관련 피해가 92.4%(7595건)를 차지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가 불공정 약관 근절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한 업체 명단을 공정위 차원에서 공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서경 조정전담 변호사는 “운동을 등록할 때 일시불이 아닌 할부로 결제하면 분쟁이 생겼을 때 할부금이 들어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필라테스#불리한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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