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 비판 서적 불티…대통령 된 아들 역사 왜곡 우려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18일 0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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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리핀에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1917~1989) 전 대통령에 관한 비판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CNN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 대통령으로 취임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가 부친 집권 시절을 미화하며 역사 왜곡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신에 따르면 ‘마르코스 계엄령: 다시는 안 돼’라는 책은 정가의 2배에 팔리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 등에서는 매진된 상태다.

저자인 라이사 로블스는 “다시 인쇄해 달라는 독자들의 이메일이 쏟아지고 있다”며 “5~10권을 구매하는 독자도 있다”고 전했다.

마닐라대 출판부도 계엄령과 마르코스 독재의 어두운 과거를 다룬 마르코스 시대 비판 서적 10여 종이 모두 팔렸다고 알렸다. ‘친족 자본주의의 역사’, ‘페르디난드와 이멜다 마르코스의 부부 독재’ 등은 재인쇄에 들어갔다.

출판사 측은 “마르코스 주니어가 지난 5월 9일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필리핀 역사책의 러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갑자기 독재정권에 비판적인 문학이 금지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책을 구입할 수 있을 때 사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 대선에서 승리한 마르코스 주니어는 취임 연설에서 “전 세계가 가문의 과거가 아닌 나의 행동으로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자신의 아버지는 “1946년 필리핀 독립 이후 그 어떤 행정부 때보다 많은 업적을 낸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그가 부친 집권 시절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 실제 대선 직후 그러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현지 아동 전문 출판사인 아다나 하우스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대를 다룬 책 5권을 묶어 20% 할인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현지 정보 당국으로부터 “어린이들을 급진적으로 만든다”는 경고를 받았다.

1965년부터 21년간 필리핀을 철권 통치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인권 탄압으로 악명을 떨쳤다. 마르코스는 필리핀 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재선 이후 독재자의 길을 걸었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한 뒤로 야당과 소수민족, 무슬림 등 반대파 수천명을 체포해 고문, 살해했다. 1986년 국민의 힘 혁명으로 축출돼 3년 뒤 하와이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사망했다.

사치를 일삼았던 부인 이멜다는 실각 당시 구두 3000켤레와 핸드백 888개를 보유한 사실이 공개돼 국제적 지탄을 받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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