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김창덕]전기도매가 상한선이 정부가 말한 시장원리일까

입력 2022-07-07 03:00업데이트 2022-08-01 01:48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창덕 산업1부 차장
최근 민간 발전사업자들을 만나면 약속이나 한 듯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얘기를 꺼낸다. 발전사들이 한국전력공사에 공급하는 전기 가격에 상한선을 두겠다는 제도다.

발전사들은 원유, 천연가스, 유연탄 같은 원료를 사와 발전기를 돌린 뒤 한전에 전기를 팔아 이익을 남긴다. SMP에 상한을 두면 당연히 이익이 줄어든다. 지금처럼 국제유가가 치솟으면 생산비가 올라가는데 판매가는 그대로인 경우가 생겨서다. 자칫 비용이 매출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도 생길 수 있다.

한전이 천문학적 적자를 낸 것도 비슷한 구조다. 소비자들에게 부과되는 전기요금은 ‘탈원전 정책’ 같은 정치적 이유로 묶여 있었다. 대신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오는 도매가는 계속 올랐다. 한전은 지난해 5조8000억 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는 1분기(1∼3월)에만 7조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

정부로서는 한전 리스크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게 그 적자 일부를 발전사들에 전가하는 SMP 상한제라는 아이디어였다. 발전사업자들의 강한 반발을 정부도 예상 못 했을 리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SMP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발전사업자들이 월 1400억 원 수준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민간에서는 그 규모가 43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중순 열린 산업부 자체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오갔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A 위원은 “가스발전을 하는 대기업도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주로 개인이나 영세업자들이 많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협회에서 더 강하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강경한 의지를 보였고, 안건은 결국 통과됐다.

남은 절차는 대통령 직속의 규제개혁위원회다. 당초 8일이나 15일로 거론되던 위원회 일정은 예상보다 반발이 커서인지 아직 미정 상태다. 다음 달로 넘어간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간발전협회는 SMP 상한제와 관련해 이미 대형 로펌에 법률자문까지 받았다. 이 로펌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영업의 자유 내지 재산권 침해’다. 구체적으로는 전기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목적의 정당성’이 부족하고, 천연가스 가격 통제 대신 전력도매가 규제를 선택한 ‘수단의 적합성’도 떨어진다고 봤다. 또 이번 고시로 기대되는 공익보다 민간발전사 손해가 더 커 ‘법익의 균형성’ 측면에서도 불합리하다는 법률적 판단을 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도매요금 규제가 꼭 필요했더라도 공기업인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공급가격을 제한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며 “SMP 자체에 캡을 씌우면(상한제 도입) 민간 전력시장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업부가 5일 배포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자료에는 ‘시장원리에 따른 전력시장 구조 확립을 위한 정책 틀을 마련했다’는 문구가 있다. 시장 플레이어들이 모두 반대하는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정말 ‘시장원리’를 지키는 일일지 한 번은 곱씹어 생각해 봤으면 한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