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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인플레 공포와 분노’ 개도국 시위 확산

입력 2022-07-04 03:00업데이트 2022-07-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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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식품값 동시 폭등에 빈민층 굶주림 내몰려”
阿-남미, 시청 방화 등 반정부 시위… 전기공급 불안 나이지리아 미용사
조명 대신 ‘휴대전화 불빛’ 영업… 필리핀, 고유가에 운전사 줄실업
장기간 내전이 이어져 온 리비아의 주요 도시에서 최근 물가 급등으로 생활고가 심각해지자 시민들이 시청과 의회에 불을 지르는 등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1일 동부 도시 투브루크에서는 시위대가 의회에 난입해 불을 질렀고 제3의 도시 미스라타에서도 시(市)청사가 불탔다. 벵가지에서는 수천 명이 정전 사태에 항의하며 시위를 했고 수도 트리폴리에서도 시위대가 도로 곳곳에서 타이어를 불태웠다.

AFP통신은 “내전과 정치 불안 때문에 원유 생산이 중단된 와중에 수입 식량 가격과 연료값이 폭등하면서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2일 “연료값이 폭발적으로 치솟으면서 분노와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선 사회안전망이 위협받고 있어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남미 에콰도르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값이 급등하자 원주민들이 생활고를 호소하며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초까지 반(反)정부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갤런(3.78L)당 15센트를 내리겠다”며 시위대를 달랬다. 에콰도르 인구의 7%를 차지하는 원주민들은 대부분 빈민층이다.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는 지난달 28일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포하며 무력 충돌이 벌어졌다.

나이지리아는 휘발유 부족으로 전기 공급이 불안해져 미용사들이 야간에 가게 조명 대신 휴대전화 불빛을 사용해 일하고 있다. 헝가리는 대부분의 주유소가 고객 1인당 하루에 구입 가능한 휘발유를 50L 이하로 제한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선 한국의 마을버스와 비슷한 ‘지프니’ 운전 기사들이 연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일을 그만두는 등 실업자가 크게 늘고 있다.

라오스의 휘발유 가격은 3월 21일 L당 1.25달러에서 지난달 27일 1.88달러로 올랐다. 같은 기간 페루는 1.41달러에서 1.76달러로, 벨기에는 1.84달러에서 2.13달러로, 케냐는 1.14달러에서 1.29달러로 올랐다. 아르헨티나에선 연 물가상승률이 60%를 넘어서자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국제통화기금(IMF)과의 부채 협상을 주도했던 마르틴 구스만 경제장관이 2일 사임했다.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연료값과 식품 물가가 동시에 오르면 빈곤층은 배로 타격을 받는다. 일부 국가에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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