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마약 용의자 불법체포-폭행…경찰관 5명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일 1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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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관 5명이 태국인 마약사범 용의자를 불법 체포하고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강력범죄형사부(부장검사 박혜영)는 1일 대구 강북경찰서 형사과 소속 경찰관 5명을 독직폭행, 직권남용체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대구지검은 지난달 3일 대구 강북경찰서가 구속 송치한 태국인 불법체류자 A 씨의 마약류 소지 등 사건을 검토하다 경찰관들의 독직폭행 의심 정황을 발견해 수사에 착수했다. A 씨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검찰이 기각했는데도 피고인들이 A 씨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것이 검찰 수사의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확보하고 A 씨 등을 조사해 독직폭행 및 불법체포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 결과 피고인 5명이 5월 25일 경남 김해시의 한 모텔에서 A 씨 등 태국인 3명을 불법체포하면서 경찰봉 등으로 A 씨를 때려 상해에 이르게 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불법체포 및 수색을 통해 확보한 마약류를 근거로 A 씨 등 3명을 체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경위 B 씨는 A 씨의 머리와 몸통 부위를 오른팔과 다리로 수회에 걸쳐 때리고 짓밟았다. 경찰봉으로 A 씨의 머리 부위를 수 회 내리치기도 했다. 경위 C 씨는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바닥에 앉아있는 A 씨의 얼굴을 왼발로 1회 걷어찼다. B, C 씨 등 경찰관 5명에게는 영장 없이 A 씨 등을 불법체포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검찰은 불법체포와 불법수색으로 구속된 태국인 3명을 석방해 출입국사무소로 인계했다. 구속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적법한 증거가 없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마약 판매 혐의를 받는 외국인에 대한 경찰 수사과정에서 벌어진 독직폭행과 불법체포 등 반인권적 범죄를 밝힌 사례”라며 “외국인 불법체류자라고 하더라도 우리 헌법 체계가 예정한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 및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재확인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관들의 관리책임자인 대구강북경찰서 형사과장에 대해선 징계를 요구했다. 다만 대구지검 관계자는 “혐의가 매우 중하나 피고인들이 현직 경찰관 신분으로 도주 가능성이 없고, 독직폭행 상황이 담긴 CCTV 등 명백한 증거를 확보해 수사상 구속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불구속 기소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자칫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외국인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권력 남용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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