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간의 후각과 향에 대한 모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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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A to Z/콜렉티브 네 지음, 김태형 옮김/232쪽·3만5000원·미술문화

수만 년 전 인간의 후각은 삶, 죽음과 연결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는 데 불과했다. 주로 썩은 고기 냄새를 감지하거나 화재, 포식자와 직면한 사실을 알려주는 기능에 충실했다.

하지만 고대, 중세, 근대를 거치면서 인간의 후각과 향은 여러 기능을 담당하게 됐다. 미적 쾌락이나 유혹, 종교 제의,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넘어 현대엔 문화와 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로 향기를 활용하게 되자 점점 다양한 향수가 만들어지기 시작됐다. 독특하고 좋은 향을 찾고자 많은 이들이 이탈리아, 터키, 중동, 스페인, 이집트의 다양한 동식물을 찾아다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미, 바닐라뿐 아니라 베르가모트, 재스민, 머스크 등의 향을 발굴해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예전엔 자연 추출물로만 만들었지만 이젠 여러 화학반응을 통해 인위적인 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책에는 조향사가 되거나 관련업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담겼다. 냄새의 역학, 향수의 역사, 향의 원료, 추출방식과 같이 향수에 관한 것뿐 아니라 조향사가 되기 위한 방법까지 상세히 수록돼 있다. 조향사의 손을 거친 향수가 제조 단계에 접어들고 각종 규제를 통과한 후,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도 알려준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조향업의 생생한 현실과 어려움도 담아냈다. 담긴 정보가 방대해 일반교양서보단 전문 서적에 가깝다.

저자는 후각과 향에 열정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로, 향수 애호가와 향수를 다루는 언론인, 과학자, 역사학자, 전문의 등으로 이뤄진 ‘콜렉티브 네’(le Collectif Nez·후각 단체) 소속이다. ‘콜렉티브 네’는 2016년 최초의 향수 잡지 ‘네’(Nez)를 발간하면서 향수 문화를 알리고 정착시키는 주요 단체로 주목받았다. 역자도 베르사유 소재 향수 대학원 ‘이집카’(ISIPCA)에서 공부한 뒤 ‘나는 네Nez입니다’를 썼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책의 향기#향수 a to z#콜렉티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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