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확산한 화상회의가 대면 회의보다 참여자들의 창의성을 억누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멜라니 브룩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화상회의에 참석하는 참가자들이 대면 회의에 참석했을 때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덜 내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7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남녀 602명을 무작위로 팀을 이루게 해 대면 회의나 화상회의에 참여하게 했다. 각 그룹에 원반 부메랑, 제품 포장에 쓰는 에어캡을 나눠주고 어디에 쓰면 좋을지 5분간 아이디어를 내게 했다. 그 결과 화상회의로 아이디어를 낸 팀은 대면 회의보다 아이디어 수가 2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실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한 다국적 통신기업의 엔지니어 1490명에게 대면, 또는 화상회의로 신제품 아이디어를 받았는데 화상회의에서 낸 아이디어의 수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화상회의를 하는 경우 참석자들이 사람의 얼굴에만 집중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주의력을 빼앗기는 것이 창의력을 제약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실험 참가자들의 눈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대면 회의에서는 방 곳곳의 사물로 시선이 자주 이동했다. 반면 화상회의에서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데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룩스 교수는 “화면에 집중하고 나머지 환경을 걸러내는 것은 광범위한 탐색을 방해한다”며 “이런 환경은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화상회의의 장점도 많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브라이언 우지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화상회의에서 20% 적은 아이디어가 나와도 회의 비용이 40%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디어당 비용은 대면 회의가 화상회의보다 훨씬 비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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