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곽상도 아들 50억, 컨소시엄 무산 막은 대가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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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7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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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형사책임질까 봐 녹음…김만배 두려웠다”

정영학 회계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서 휴정 시간을 맞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정영학 회계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서 휴정 시간을 맞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의 핵심 증거인 녹취록을 제출한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 전 의원의 공판에서 “곽 전 의원 아들 퇴직금 등 50억 원은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을 막은 대가라고 들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과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증인으로 재판에 선 정 회계사는 이날 ‘양모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전무로부터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지급하는 것은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하는 대가라고 들었다’는 취지로 검찰에 증언했다. 해당 컨소시엄은 대장동 사업의 시행을 맡은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일컫는다.

정 회계사에 따르면 곽 전 의원 아들의 최초 계약서에 명시된 성과급인 5억 원에서 10배 금액인 50억 원으로 늘어났고 양 전무는 지급에 반대했다고 한다. 그는 ‘불법적인 것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만배 씨가 양 전무에게 ‘컨소시엄 자체가 무산될 위기를 막아줘서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게 되는 것’이라는 취지의 설득을 했다고 들었다는 게 정 회계사의 증언이다.

정 회계사는 컨소시엄 구성 도중 실무자로서 하나은행 측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 초기 당시 산업은행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자 했고 산업은행 측은 하나은행 측에 참여를 권유했다는 게 정 회계사가 하나은행 측으로부터 전해 들은 정보다.

하나은행이 산업은행의 컨소시엄에 참여했을 경우 15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얻었을 수 있었다고 정 회계사는 추측했다. 해당 컨소시엄에는 호반건설의 자회사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 회계사는 녹취록 제출 배경에 대해선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이고, 여러 상황이 저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 두려웠다.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질 수도 있다고 해서 녹음하게 됐다”며 “김만배 씨 주변에 정치인, 고위 법조인 등 높은 분들이 많아서 두려워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씨와 남 변호사 측은 해당 녹취록은 조작됐거나 원본과 동일하지 않은 파일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와 과거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다 무산되자 김 씨와 동업 관계를 맺고 사업을 다시 추진한 인물이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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