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4년…뒷걸음질 친 남북 관계 ‘대결 모드로’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7일 1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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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지 4년이 지났다. 선언 의미, 성과 평가는 다양하지만 현 남북 관계가 당시보다 퇴보해 대화 모드에서 대결 모드로 원상복귀됐다는 평가다.

27일 외교가에서는 최근 남북 관계가 교착에서 대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판문점 선언은 이미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문점 선언 4주년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다만 시민사회 차원에서 선언 의미를 평가하고 남북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행사가 일부 추진되는 모습이다.

판문점 선언은 발표 당시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남북 관계는 이후 악화와 경색을 거듭하면서 상당히 후퇴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판문점 선언은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언급하면서 기채택 남북 선언과 협의를 이행하고 개성 지역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등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는 2020년 6월16일 북한 측 조치로 폭파됐다. 각계각층 교류는 막혔으며, 우리 측이 비대면 시설까지 갖춘 이산가족 상봉은 추진 논의조차 무소식이다.

협력 사업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오히려 북한은 최근 해금강호텔과 골프장 등 금강산지구 내 우리 측 시설을 일방 철거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판문점 선언에는 일체 적대 행위 중지 등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점도 언급됐다.

여기엔 군사 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 적대 행위 중지 등 내용도 담겼다.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는 지점 중 하나이다.

우리 측은 개정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는 등의 이행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 현 정부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과거 대북전단 살포 법적 제한을 지적하는 입장을 보였으며, 최근에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헌법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해 얘기했던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탈북민 단체 등의 대북전단 불시 살포 시도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단 살포는 향후 남북 대립, 충돌 국면을 불러올 수 있는 돌발 계기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선언 내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적극 협력’ 부분은 현 정세와 특히 거리가 있어 보이는 지점이다. 해당 부분은 단계적 군축 실현, 종전선언,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등을 다루고 있다.

종전선언은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이 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다시 언급하면서 논의 기대가 있었으나 진전에 이르지는 못했다. 단계적 군축도 군비 경쟁 분위기 속에 요원한 분위기다.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은 북한이 능동적 핵사용 기조를 공식화하면서 쉼표를 찍었다. 현재 북한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유예 조치를 폐기한 뒤 무력 강화에 역량을 쏟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주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4·25 핵 독트린이라는 평가도 제시했다.

물론 판문점 선언이 남북 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이정표로 바라보는 견해는 많다. 아울러 판문점 선언 등 노력을 토대로 약 5년 간 고강도 충돌 없는 관리가 이뤄진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문 대통령도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특별대담에서 한반도 상황 원위치 언급에 “5년간 평화는 어디 날아갔나”라고 반문했고 “남북 간 어떤 대화도 진전을 볼 수 없는 상황이 상당히 오래 지속됐어도 지금까지 서로 간에 대한 대화 의지는 밝혀 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차기 정부 출범 후 남북 관계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것이 외교가 중론이다. 북한이 노골적 핵위협에 나선 가운데 차기 정부도 원칙적 대북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대립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많다.

일례로 2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북한 열병식에 대해 “지난 5년 겉으론 평화와 대화를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단들을 개발하는데 몰두해 왔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은 우리에게 엄중하고 현실적인 위협이 됐다”며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을 조속히 완성해 나갈 것이며, 군사적 초격차 기술과 무기 체계 개발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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