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이면 탈락”…감염 숨기고 면접 가기도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5일 0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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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주부터 줄줄이 상반기 공개채용 시험을 앞둔 취업준비생 박모(25)씨는 최근 2주 동안 외부활동을 최소화했다. 시험을 보는 4개 기업 모두 코로나19에 확진자에게 별도로 응시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혹시라도 밖에 나가 코로나에 걸리면 오랫동안 준비한 시험이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2. 얼마 전 A기업 최종면접을 앞두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장모씨는 기업 인사팀으로부터 면접에 응시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강하게 항의하자 결국 화상 면접 기회를 얻었고, 최종합격하게 됐다. 그는 “합격할 수 있는 면접이었는데, 아예 기회조차 없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전했다.

코로나가 확산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채용시장에서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0시 기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국내 누적 확진자는 1400만1406명이다. 국민 5명 중 한 명 꼴로 코로나에 걸린 셈인데, 기업 측이 여전히 채용 전형에서 코로나 확진자를 분리하는 데에 그치면서 취준생의 보폭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통상 기업 채용 과정은 서류전형, 필기시험 전형, 면접 전형 등 3~4 차례를 거친다. 현재 일부 사기업 및 공기업은 전형 도중 코로나에 확진될 경우 다음 단계 응시를 제한하고 있다. 이듬해 채용에서 가점을 주는 등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하는 곳도 있지만, 당장 채용이 시급한 청년들에게 효과적인 대안은 아니다.

박씨는 “기업 중에서 코로나에 걸려서 응시를 못하면 다음 해 채용에서 가점을 주겠다는 곳도 있는데, 취준을 내년까지 하라는 거냐”고 한탄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코로나 확진이 더 이상 특이한 게 아니라 일상처럼 됐는데, 채용시장은 여전히 코로나 이전 시대 같다”며 “필기 시험을 위해 별도로 고사장을 마련하거나 면접은 화상으로 보는 등 기회는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상이 있어도 숨기는 지원자도 있다고 한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포기할 수 없어 아예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고 전형을 치른다는 것이다.

이모(26)씨는 “같이 스터디하는 친구가 증상이 있는데도 검사를 안 받고 시험 보러 갔다”며 “당연히 잘못된 행동이지만, 절박한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고 말했다.

박씨 역시 “증상이 나타나도 감기약을 먹고 시험 보러 가는 사람을 꽤 봤다”며 “시험장에 오랜 시간 머무는데, 그만큼 감염 위험이 커지는 듯 하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감염을 개인만의 잘못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기업이 감염을 이유로 응시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와 상관없이 좋은 사람을 고르려면 다양성이라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바뀌지 않는 기업은) 구직자에게 ‘열려있지 않은 기업’, ‘위기 관리 대응이 떨어지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 방침은 점점 위드코로나(일상회복)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기업에서도 당연히 확진자에게 응시 기회를 주는 등 제도를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확진자를 위한 시험장을 마련한 사례도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26일 응시를 희망하는 코로나 확진자는 관할 보건소의 외출허가를 받고 별도 장소에서 시험에 응하도록 했다. 대상자는 개인차량 또는 방역택시를 이용해 시험장으로 향한다.

다만 확진자 시험장은 서울과 광주에서만 운영됐다. 한전 측은 “다른 지구도 시험장을 운영하려 했으나 해당 시험장에서 확진자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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