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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국보 경매’ 2점 합쳐 60억 시작… 국립중앙박물관 구입예산은 39억

입력 2022-01-17 03:00업데이트 2022-01-17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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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국내 최초 27일 출품
국박 참여 검토해도 가격 걸림돌
예산 모자라 1점에 올인하거나
참여 않고 유찰 뒤 직거래 예상
27일 경매에 출품되는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금동삼존불감’. 케이옥션 제공
간송미술관이 2020년 보물 두 점에 이어 최근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癸未銘金銅三尊佛立像)’과 국보 ‘금동삼존불감(佛龕)’을 경매에 내놓기로 하면서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보가 미술품 경매 시장에 나온 건 국내에서 처음이다. 문화재보호법상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는 해외로 반출할 수 없고 국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이 2020년 보물 두 점을 사들였듯이 국보도 구매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박물관은 예산 부족으로 경매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케이옥션이 27일 열리는 경매에 출품되는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의 추정가는 32억∼45억 원, 금동삼존불감은 28억∼40억 원이다. 두 국보는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를 사들여 해외 반출을 막았던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이 생전 아꼈던 애장품으로도 꼽힌다.

간송미술관은 14일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문화예술계의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재정적 압박이 커졌고 적절한 활로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구조조정을 위해 소장품 매각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돼 송구한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케이옥션 제공
케이옥션에 따르면 국보 두 점을 합한 거래 시작가는 최소 60억 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경매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박물관이 한 해 유물 구입비로 쓸 수 있는 예산은 39억 원에 그친다. 박물관 측은 “경매에 참여하더라도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국보에 책정된 가치가 적정한지,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박물관이 경매에 참여한다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을 인수하는 데 유물 구입비를 모두 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불입상이 국내에 많이 남아 있지 않아 희소성이 큰 데다 제작 연도까지 기록돼 사료로서의 가치도 있기 때문이다.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에는 계미십일월(癸未十一月)에 제작했다는 명문(銘文·비석이나 기물에 새긴 글)이 새겨져 있어 563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매 시장에서 문화재는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 개인이 소장하기 부담스럽고, 국가기관 중에선 국립중앙박물관만큼 유물 구입비를 책정해둔 곳이 없어 시작가가 높게 정해지면 유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2020년 5월에도 간송미술관이 보물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금동보살입상’을 경매에 출품했지만 응찰자가 없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민간에서는 삼성이 운영하는 호암미술관 외에 불상과 같은 문화재를 소장하는 박물관이 거의 없다”고 했다. 2020년처럼 경매가 유찰된 뒤 간송미술관이 국립중앙박물관과 직접 거래해 적정 가격을 협의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경매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돼 박물관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은 금동여래입상, 금동보살입상의 경매 시작가가 각각 15억 원씩 책정되자 적정하지 않다고 보고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박물관은 30억 원 미만을 주고 보물 두 점을 인수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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