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대통령 “반정부 시위, 쿠데타 시도”…푸틴 “색깔혁명 용납 안 해”

  • 뉴시스
  • 입력 2022년 1월 11일 1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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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진압된 반정부 시위가 쿠데타 시도였다고 발표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러시아 타스 통신, 아랍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토카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 진압을 위해 2500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의 화상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토카예프는 반정부 시위에 대해 “단일 조직에 의한 쿠데타 시도이다”라면서 구체적인 배후를 지목하진 않았다. 이어 “자발적인 저항을 빙자한 시위가 발생했다. 주요 목표는 헌법 질서를 훼손하고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했다.

그는 “광대한 중앙아시아 국가의 질서가 회복되었다”고 선언하면서도 CSTO 병력 2030명과 군사 장비 250대로 대규모 대테러 작전을 곧 끝내겠다며 자국에 러시아 군대를 끌어들인 자신의 결정을 옹호하기도 했다.

CSTO는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타지키스탄 등 옛 소련권 7개국으로 구성된 러시아 주도의 안보 체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옛 소련 국가들의 군사 동맹은 카자흐스탄의 권력 기반을 약화시키는 테러리스트, 범죄자, 약탈자 및 기타 범죄자들을 막았다”며 “임무가 완료되면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것처럼 내정에 간섭하려는 외부 세력의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라며 “CSTO가 개입해 이룬 조치들은 우리가 (동맹국의) 국내 상황을 (외부 세력이) 뒤흔들도록 놔두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CTSO가 지난 20년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그루지야)를 포함한 옛 소련 국가들에서 펼친 활동을 언급하며 “색깔 혁명(color resolution)”이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주위 권위주의 정부가 붕괴되면 서구 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져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체제 붕괴는 인근 국가로 확산될 수 있고, 이는 곧 러시아의 영향력 축소를 의미한다고 지적하면서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의 반정부 시위에 적극 개입하는 배경을 짚었다.

이번 시위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LPG 가격 급등에 반대하는 의미로 2일 시작돼 반정부 항의 시위로 확대됐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 초기 유화적 태도로 나와 총리 등 내각을 해산했다. 그는 격렬한 시위로 시위대 수십 명과 경찰 10명 이상이 숨지는 불안이 지속되자, 시위 원인인 LPG 가격 상한선 폐지를 6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통령궁과 시장 관사에서 방화가 발생하고 야간에 수백 명이 정부 청사 난입을 시도하자 6일 시위대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고 2주간 비상사태 및 야간 통금을 선포하는 등 강경책을 폈다. 7일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향한 사전 경고 없는 실탄 발사 명령을 내렸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를 ‘국제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규정했다. 이어 CSTO에 평화유지군을 요청했고, 2500명의 평화유지군이 6일 투입됐다. CSTO는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타지키스탄 등 옛 소련권 7개국으로 구성된 러시아 주도의 안보 체계다.

러시아는 7일 공수부대를 파견했고, 키르키즈스탄은 8일 병력 150명과 장갑차 8대, 군용차량 11대를 보냈다.

평화유지군 및 카자흐스탄 보안군과 경찰이 무장한 채 도심 일대에 배치됨에 따라 반정부 시위는 진정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관영 뉴스채널 카바르-24는관영 시위 과정에서 숨진 사망자가 164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다만 시위자만 해당되는 것인지 경찰 측도 포함됐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당국은 이날 새벽 발표 때까지도 사흘 전에 발표했던 사망자 수치 ‘민간인 26명과 경찰 16명’을 그대로 유지했었다.

타스 통신 등 외신은 카자흐스탄 경찰을 인용해 시위가 시작된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6044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중 경찰서를 공격한 혐의로 852명이 체포됐고, 수도 누르술탄에서 외국인 161명이 구금됐다.

카자흐스탄 인권단체는 사망자에 4세 여아 등 최소 3명의 미성년자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이번 반정부 시위로 1억7500만 유로(약 248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100개 이상의 은행 및 기업, 차량 400대 이상이 파손됐다고 발표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10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를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며, 경제적 손실은 20억 달러(약 2조3934억원)에서 최대 30억 달러(약 3조5901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국가안보회의(NSC) 의장직에서 해임하고, 전 대통령의 측근인 카림 막시모프 국가보안위원회(KNB) 위원장도 국가반역 혐의로 체포했다. 나자르바예프의 조카인 KNB 제1부위원장 사마트 아비쉬도 7일 알마티에서 체포됐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전 대통령의 국가 전복 음모론이 퍼지기도 했지만, 토카예프의 전 정부 세력 축출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시위 진압과 막시모프 위원장 체포를 통해 토카예프 대통령이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잔존 영향력을 제거하고 실권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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