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인간들의 욕망’… 지루할 틈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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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드라마’ 흥행 비결은…
다른 드라마보다 1.5배 빠른 전개… 결론 확인하려는 시청자에 어필
남녀 간의 치정 다루고 있지만, 입체적 인물관계 흡인력 높여
송윤아 “인간 본성에 집중해주길”… 전소민 “주변 얘기로 느껴줬으면”

1회에서 신명섭(이성재·왼쪽)과 한선주(송윤아)가 리마인드 웨딩 현장에서 춤추는 장면. 리마인드 웨딩은 이미 결혼한 부부가 결혼 당시를 추억하기 위해 여는 결혼식이다. 이 식장에서 신명섭의 내연녀 윤미라를 살해하려는 사건이 벌어진다. 채널A 제공
1회에서 신명섭(이성재·왼쪽)과 한선주(송윤아)가 리마인드 웨딩 현장에서 춤추는 장면. 리마인드 웨딩은 이미 결혼한 부부가 결혼 당시를 추억하기 위해 여는 결혼식이다. 이 식장에서 신명섭의 내연녀 윤미라를 살해하려는 사건이 벌어진다. 채널A 제공
채널A 월화드라마 ‘쇼윈도: 여왕의 집’(쇼윈도·오후 10시 30분 방송)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닐슨코리아 기준 일일 최고 시청률 2%로 시작한 쇼윈도는 꾸준히 상승해 4일 방영된 12회에서 8.1%까지 치솟았다. 이 드라마에는 ‘윤미라(전소민)가 남편 신명섭(이성재)의 내연녀인 줄 모르고 불륜을 응원하는 한선주(송윤아)의 이야기’라는 설명이 간략히 붙어 있다. 이것만 보면 뻔한 이야기로 비치지만 각 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 시청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쇼윈도를 연출한 박종은 책임 프로듀서는 “이야기가 파국으로 치닫기 때문에 막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인물 간의 관계가 다변화된다”고 했다. 한선주 어머니의 기업 라헨을 둘러싸고 신명섭과 한선주가 벌이는 기 싸움이나, 윤미라를 겨냥한 살인미수 사건 등 중심 서사를 둘러싼 주변 이야기가 흥미를 돋운다. 남녀 간의 치정을 다루지만 ‘미스터리 멜로드라마’로 불리는 이유다. 매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삽입해 본편에서 진행되는 사건과 인물 간의 입체적 관계를 시청자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극의 빠른 속도감은 흡인력을 높였다. 한선주가 신명섭으로부터 윤미라를 떼어내려고 하자 윤미라는 한선주의 동생 한정원(황찬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한정원은 한선주에게 윤미라를 자신의 연인으로 소개하며 “결혼하고 싶다”고 고백한다. 이 모든 전개는 7회 만에 이뤄진다. 박 프로듀서는 “다른 드라마의 1.5배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돼 빠르게 결론을 확인하고 싶은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폭주기관차 같은 전개와는 달리 각 회의 차분한 분위기는 이 드라마의 특징이다. 황찬성은 “비슷한 소재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감정 표현이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극의 분위기와 캐릭터가 잘 맞아 쇼윈도 특유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연기자들의 열연도 호평 받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선보여온 전소민에 대해 의외의 캐스팅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뻔하지 않은 캐릭터를 보여줄 것이라는 배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박 프로듀서의 신뢰에 연기로 화답한 것. 전소민은 첫 내연녀 연기에도 “어찌나 얄미운지 내가 알던 전소민이 아닌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냈다. 송윤아는 믿었던 이들의 배신으로 인해 느끼는 좌절감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초반부에는 한선주의 삶을 헤집어 놓는 신명섭과 윤미라의 활약이 컸다면, 이제부터는 한선주의 반격에 집중할 차례다. 한선주는 자녀들이 상처받을 것을 걱정하며 불륜도 참아 넘겼다. 하지만 앞으로는 계획적으로 신명섭과 윤미라를 갈라놓으려고 한다. 신명섭과 윤미라의 편인 줄 알았던 한정원도 실은 한선주의 편이었던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누나를 가장 아끼는 한정원의 속내가 밝혀지며 한선주와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18일 종영을 앞두고 송윤아는 “인물들이 욕망을 위해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을지,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배우들도 자신들이 생각하는 관전 포인트를 밝혔다.

“누군가의 삶은 드라마보다 더 많은 사건들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고 보시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전소민)

“누군가 겪을 법한 현실적 고민과 사회문제를 잘 포착한 드라마예요. 명섭에게 분노하고 선주를 응원하며 봐 주시면 좋겠어요.”(이성재)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쇼윈도#드라마#욕망#시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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