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조회 남용 방치하다가 이제 와 삿대질 바쁜 與野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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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야당 인사들과 언론인 등의 통신자료를 대규모로 조회한 것을 놓고 여야가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야당 사찰’로 규정하면서 공수처 해체, 김진욱 공수처장 사퇴 및 형사처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여당은 공수처의 통신조회는 합법이며 국민의힘의 공세는 “국민을 기만하는 쇼”라고 맞섰다.

공수처가 지나친 저인망식 통신조회로 논란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검찰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들이 연 500만 건이 넘는 통신조회를 하는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다. 통신조회를 하려면 법원에서 영장을 받도록 하고, 대상자에게 통신조회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다.

하지만 여야는 이 문제를 오직 정치적 유불리라는 잣대로만 접근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일 때 법 개정에 반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대선 승리로 여당이 된 이후 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았다. 양당 대선 후보들의 말도 달라졌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016년 검경이 본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하자 “국가기관의 전방위적 사찰”이라고 비판했지만 이번 사안에는 “사찰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검찰 재직 시에는 통신조회에 대해 “전화번호 가입자가 누구인지 조회하는 것”이라며 문제없다고 했다가 이번엔 “미친 사람들”이라고 공수처를 비난했다.

통신조회 남용을 사실상 방치해온 정치권이 이제 와서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방일 뿐이다. 이제라도 법으로 통신조회를 제한해야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막을 수 있다. 민주당은 어제 의원총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대해 논의했고, 국민의힘도 법 개정 추진 방침을 밝혔다. 여야가 말로만 법을 바꾸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즉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공수처#통신조회#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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