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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경제

위기의 롯데, 절대로 잘리지 않는 기업은 옛말

입력 2021-12-04 18:21업데이트 2021-12-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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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잘리지 않는 기업’은 이제 옛말이다. 1~2년 새 회사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최근 롯데맨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다. 롯데쇼핑은 2월 창사 23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11월 두 번째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12월 1일 현재 롯데백화점은 500여 명, 롯데마트는 13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중추인 백화점과 마트는 물론이고 롯데하이마트, 롯데아사히주류 등 계열사도 줄줄이 희망퇴직을 실시 중이거나 앞두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내년 초 신입사원 100여 명 채용이 예정돼 있다”며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할 사람을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잇단 구조조정 배경은 실적 부진이다. 롯데쇼핑은 1~3분기 매출 11조7892억 원, 영업이익 98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3.6%, 40.3% 감소한 수치다. 롯데백화점은 2019년 영업이익이 5190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3280억 원으로 줄었다. 상반기에도 1650억 원에 그쳤다. 롯데마트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상반기에만 250억 원 적자가 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스1]


쇄신의 칼 빼 들다


유통업계는 롯데 부진을 “변화에 뒤처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이 늦어지면서 쿠팡이나 네이버 등 e커머스는 물론이고, 경쟁업체인 신세계(SSG닷컴)가 온라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선점했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지난해만 점포 12곳이 문을 닫으며 적자를 기록한 반면, 이마트는 지난해 2950억 원, 올해 상반기에만 1188억 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살길은 혁신밖에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결국 롯데그룹은 쇄신의 칼을 꺼내 들었다. 젊은 인재와 외부 인사 발탁 등으로 ‘뉴롯데’ 만들기에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것. 11월 25일 발표한 2022년 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롯데가 독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그 어느 때보다 혁신 의지가 강하게 담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에서 그룹 핵심인 유통부문 총괄대표를 영입한 점을 들 수 있다. 1979년 롯데쇼핑 설립 이후 외부 인사가 대표를 맡은 건 42년 만에 처음이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김상현 전 DFI리테일그룹 대표이사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각각 유통과 호텔 총괄대표로 선임했다. 기존 유통 BU(Business Unit)장이자 롯데쇼핑 수장인 강희태 부회장과 호텔BU장인 이봉철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1~3분기 매출 11조7892억 원, 영업이익 98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3.6%, 40.3% 감소한 수치다. 강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관련 악재로 올해 ‘주간동아’ 냉탕온탕 코너 ‘냉탕’에 2번 등장하기도 했다. 강 전 부회장의 퇴진을 두고 롯데지주 측은 “그룹의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글로벌 유통·컨설팅 전문가 기용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내정 부회장(왼쪽)과 안세진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 내정 사장. [사진 제공 · 롯데지주]

신임 유통군 총괄대표로 선임된 김상현 부회장은 글로벌 유통 전문가로 불린다. 1986년 미국 P&G에 입사해 한국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사장, 미국 P&G 신규 사업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내고 2018년부터 DFI리테일그룹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헬스&뷰티) 총괄대표를 역임했다. DFI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지역에 대형마트, 슈퍼마켓, H&B 스토어, 편의점 등 1만여 개 점포를 운영하는 홍콩 소매유통 회사다.

안세진 사장은 신사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맡았다.

경쟁기업 출신도 과감히 영입했다.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 신임 대표로는 2019년 신세계그룹에서 온 정준호 롯데GFR(패션사업) 대표를 내정했다. 정 대표는 1987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20년 이상 신세계그룹에 몸담았다.

영화관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에는 최병환 CGV 전 대표가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최 신임 부사장은 CJ그룹 출신으로 미디어 관련 영역에서 주로 활약했다. CJ헬로비전 전략기획팀장, 티빙(Tving) 사업추진실장, CJ포디플렉스 대표를 거쳐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CJ CGV 대표이사를 지냈다. 모바일 멤버십 서비스를 총괄하는 롯데멤버스도 신한DS 디지털본부장 출신인 정봉화 상무를 전략부문장으로 임명했다.

호텔롯데 상장, 면세점 매출이 관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타운(왼쪽)과 잠실 롯데호텔 전경. [사진 제공 · 롯데면세점]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지주사 전환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 경력은 전무하나 경영 전략 및 마케팅 전문가인 안세진 사장을 호텔롯데 수장으로 앉힌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호텔롯데는 2016년 공식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2019년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며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자 이봉철 전 사장 지휘 아래 IPO를 재추진했으나,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 여파 및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따라서 이번 안 사장 선임은 다시 한 번 호텔롯데 IPO 추진에 힘을 싣겠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자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호텔롯데는 일본계 주주 비율이 99%로, 신주를 발행해 상장하면 일본계 지분을 낮추고 신동빈 회장의 숙원인 지배구조 개편을 완성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2017년 롯데지주를 설립했지만 여전히 계열사 주요 주주 역할은 호텔롯데와 나눠 맡고 있는 실정이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43.07%), 롯데물산(32.83%), 롯데쇼핑(8.86%)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롯데지주의 경우 신동빈 회장(13.0%)과 계열사의 보유분을 합한 지분율이 41.7%이다. 반면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로 일본계가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롯데=일본 기업’ 꼬리표를 떼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는 면세점 실적이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호텔롯데 상장에 앞서 면세점 실적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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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7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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