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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국제

‘암흑의 시대’ 공포 현실로…탈레반 장악 100일, 생존 위기의 아프간

입력 2021-11-29 05:35업데이트 2021-11-29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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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100일이 지났다. 탈레반은 미군이 떠난 뒤 “우리가 승리했다”며 20년 만에 정권을 거머쥐었지만 불안과 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상당수 국가가 탈레반 정권에 대한 승인을 보류하고 해외 원조를 끊으면서 아프간 국민 절반 이상은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 등 생존 자체가 절박한 상황이다.

최근 영국 BBC 방송 진행자 얄다 하킴이 전한 현지 상황은 전시나 다름없다. 탈레반 1차 집권기(1996~2001년)에 겪었던 ‘암흑의 시대’가 재연될 것이라는 공포가 현실이 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하킴은 옛 소련 점령 기간인 1980년대 가족과 탈출했고, 탈레반 집권 후 처음으로 고향을 찾았다.

가장 큰 문제는 치안과 경제다. 우선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격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테러 활동이 눈에 띄게 늘면서 탈레반 정권의 최대 위협으로 떠오른 상태다.

탈레반이 체제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테러가 근절되지 않으면서 지난 100일 동안 7건의 큰 테러가 발생하는 등 6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와 사회 기반 시설은 사실상 붕괴됐다. 식량 부족은 물론, 공무원 월급도 지급되지 않았다. 대부분 병원이 원조를 바탕으로 운영됐기에 의료 공백도 심각한 상태다.

하킴은 칸다하르의 의료 종사자와 카불 병원의 청소부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서방 지원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몰락하고 해외 원조가 중단된 이후 공공 의료 종사자는 한 명도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나스린은 수도 카불에 있는 인디라 간디 아동 병원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일하러 오지 않으면 이 사람들이 죽을 텐데 어떻게 버릴 수 있는냐”고 한탄했다. 병동은 대부분 허약하고 심각한 영양실조인 환자들이 입원했는데 감염위험에도 놓여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탈레반이 외화 사용을 금지해 붕괴 직전에 있는 아프간 경제를 더욱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 달러는 아프간 시장에서 널리 사용돼 왔고, 파키스탄과 같은 아프간 인접 지역과의 교역에도 자주 통용됐다.

◆2280만명 심각한 식량난, 아이들은 매매혼까지 내몰려

굶주림은 더욱 심각하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2280만 명의 아프간 사람들이 심각한 식량난에 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체 인구(3983만 명)의 55%가 배고픔에 시달리는 셈이다. 앞으로 수개월 안으로 5세 미만 영유아 300만명은 급성 영양실조에 걸릴 것으로 추산됐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아프간 국민의 95%가 충분한 식량을 갖지 못하고 있고 2300만 명은 기아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앞으로 6개월은 재앙, 지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지역의 한 소아과 의사는 “(원래) 겨울에는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들이 많지만, 올해는 더 심각하다”며 “(환자가 많아) 병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안전망이 붕괴하면서 아프간 곳곳에선 심상치 않은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 아이들이 강제 노동과 강제 결혼(조혼), 매매혼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BBC는 서부 헤라트 외곽의 한 부부가 아직 돌도 되지 않은 딸을 팔았다고 보도했고, 미국 CNN은 아프간 구르주에 사는 부모의 빚 때문에 10세 소녀가 70세 남성에게 팔려갈 상황이라고 전했다.

탈레반이 재집권하며 가장 우려됐던 여성 인권 역시 크게 후퇴하고 있다. 탈레반 정부는 최근 여성의 TV 드라마 출연 금지 등을 담은 방송 관련 지침을 발표했으며, 중학교와 고등학교 여학생 대부분에 대해서는 휴교령도 풀지 않았다.

◆국내총생산 40% 해외 원조…탈레반 정권 인정 별개로 지원 목소리도

이런 상황은 탈레반 집권 후 예견된 측면이 있다. 아프간은 국내총생산의 40%가 해외 원조일 정도로 국제사회 의존도가 큰데 올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국제 자금 지원이 끊겼다. 미국을 비롯해 대다수의 서방 국가들은 탈레반 정권에 대한 공식 승인을 미루고 있고, 탈레반 장악 직후 단행한 해외 자산 및 외화 계좌 동결 등의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탈레반은 국제 사회를 비난하며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고통이 서구의 행동에 의해 야기됐다고 힐난했다. 수하일 샤인 대변인은 “이 나라가 재앙, 기아, 인도주의적 위기로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이 모든 비극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그들의 책임”이라며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로 이어지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가 고스란히 아프간 국민의 몫이 되면서 탈레반 정권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데버러 라이언스 유엔 아프간 특사는 지난 17일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경제제재로 인해 아프간 내부 은행 시스템이 마비되고 있고 이로 인해 기부금이 신속하게 전달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아프간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했다.

BBC는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탈레반의 분석을 수용하든 안 하든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국제 자금 지원에서 나온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경제와 관련하여 이보다 더 분명한 것은 없다. 국제 원조가 중단되자 경제는 무너졌다”며 조속한 지원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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