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답지 않은 단단함… KT, 수비로 움켜쥔 88% 우승 확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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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6-1 꺾고 한국시리즈 먼저 2승
박경수 1회 무사 1, 2루 위기서 땅볼 다이빙 캐치로 2명 잡아내
3이닝 연속 등 병살 4개나 기록
마운드선 소형준 6이닝 무실점… 황재균 솔로포 등 타선도 폭발
3차전 데스파이네-미란다 선발

안방마님 장성우, 5회 쐐기 2타점 KT 안방마님 장성우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2차전(7전 4선승제) 4-0으로 앞선 5회 1사 만루 상황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고 있다. 뉴스1
안방마님 장성우, 5회 쐐기 2타점 KT 안방마님 장성우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2차전(7전 4선승제) 4-0으로 앞선 5회 1사 만루 상황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고 있다. 뉴스1
KT의 견고한 방패는 마운드만이 아니었다.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KT가 두산에 6-1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수비의 힘’이었다. 1, 2차전을 쓸어 담은 KT는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통합우승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역대 KS에서 1, 2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약 88%(17차례 중 15회·양대 리그로 치러진 1999∼2000시즌 제외)다.

1회초 베테랑 2루수 박경수(37)의 슈퍼캐치가 승부의 흐름을 바꾸었다. 이날 KT 선발 소형준(20)은 두산 1, 2번 타자 허경민, 강승호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이강철 KT 감독이 이례적으로 1회초에 마운드를 방문할 정도로 위기였다.

그러나 3번 타자 페르난데스가 힘껏 당겨 친 안타성 땅볼을 박경수가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 더블플레이로 연결하면서 순식간에 흐름이 뒤바뀌었다. 1루 방향으로 몸을 날린 뒤 역동작 상황에서도 무릎을 꿇고 2루에 송구를 해 4-6-3으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완성했다. 2003년 프로 입단 후 처음 KS 무대를 밟은 박경수는 더블플레이가 연결된 걸 확인한 뒤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하더니 소형준에게 “편하게 던져”라고 격려했다.

선배의 호수비를 등에 업은 소형준은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건우를 3루 땅볼로 처리하면서 실점을 막았다. KT는 1회말 2번 타자 황재균이 두산 선발 최원준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1점 홈런(비거리 115m)을 치면서 소중한 선취점을 냈다. 이 점수는 결과적으로 결승타점이 됐다.

KT의 호수비 퍼레이드는 계속됐다. 2회초 1사 1루에서는 1루수 강백호(22)가 김인태의 땅볼을 잡아 과감하게 2루로 던지며 더블플레이를 만들었다. 땅볼이 나오자마자 1루로 달려가 송구를 받아낸 소형준의 커버 플레이도 일품이었다. 3회초 1사 1루에서도 3루수 황재균이 강승호의 강습 타구를 잡아 다시 한 번 더블플레이로 연결했다. 7회초에는 1사 1루에서 강백호가 김인태의 땅볼을 잡아 1루를 찍은 뒤 2루로 던져 주자를 잡는 리버스 더블플레이를 성공시켰다. 이날 1, 2, 3회에 이어 7회까지 4개의 병살타를 친 두산은 KS 최다 연속 이닝 병살타 타이이자 한 경기 팀 최다 병살타 타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KT의 과감한 작전도 빛났다. 5회말 조용호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2-0으로 한 점 더 달아난 KT는 무사 1, 2루 기회에서 첫 타석 홈런을 친 황재균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해 1사 2, 3루 기회를 만들었다. 최원준은 이후 볼넷과 몸에 맞는 공 등을 내줬고, 바뀐 투수 홍건희가 KT 포수 장성우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KT는 5회말에만 5점을 냈다.

KT 2루수 박경수가 1회초 무사 1, 2루에서 페르난데스의 타구를 병살로 연결시킨 뒤 자신을 믿으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KT 2루수 박경수가 1회초 무사 1, 2루에서 페르난데스의 타구를 병살로 연결시킨 뒤 자신을 믿으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이날 데일리 MVP로 선정된 박경수는 “모든 고참을 대표해서 받는 것으로 생각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형준은 6이닝 3피안타 5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개인 통산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수확했다. 3번 타자 강백호는 전날 1차전 3타수 3안타 1볼넷에 이어 이날도 2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하며 시리즈 타율 10할에 100% 출루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관중 수는 1만2904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2015년 대구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KS 1차전부터 시작된 KS 연속 경기 매진 행진이 ‘31’에서 멈췄다. 3차전은 17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데 KT는 데스파이네, 두산은 미란다를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선수들 사이에 좋은 긴장감 생겨

▽이강철 KT 감독=오늘은 수비로 이겼다. 정규시즌이었다면 놓칠 수 있는 타구를 잘 잡아냈다. 박경수와 강백호가 집중력 있는 수비를 보여주면서 이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그 뒤에 황재균이 분위기를 가져오는 홈런을 친 게 주효했다. 어제와 오늘 투수도 좋았지만, 볼 배합을 잘하는 장성우의 리드가 미친 영향도 컸다. 선수들 사이에 좋은 긴장감이 생긴 것 같다.

정수빈 또 빠지게 되면 타순 고민

▽김태형 두산 감독=2패를 하면서 불리한 상황이 됐다. 경기 초반 기회가 왔을 때 (병살로) 잡힌 게 아쉬웠다. 페르난데스가 꾸준히 잘 치고 있지만 정수빈이 (부상으로) 빠졌다. 안 맞는 선수들은 계속 안 맞으면서 어제도, 오늘도 초반 (득점) 기회가 점수로 연결이 안 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타자들이 쫓기는 감이 있다. 정수빈이 3차전에도 빠지게 되면 타순을 고민해봐야 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야구#한국시리즈#kt#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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