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건드려”… 이란, 비판 그래픽 실은 신문 발행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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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난 묘사 ‘하메네이 왼손’ 등장

6일 발행된 이란 일간지 켈리드의 1면 기사 ‘빈곤선 아래 살고 있는 이란인’의 그래픽.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손을 연상시키는 붉은 손이 보인다. 트위터 캡처
6일 발행된 이란 일간지 켈리드의 1면 기사 ‘빈곤선 아래 살고 있는 이란인’의 그래픽.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손을 연상시키는 붉은 손이 보인다. 트위터 캡처
신정(神政)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연상시키는 손과 빈곤 문제를 결부시킨 그래픽을 실었다는 이유로 정부가 해당 언론사의 신문 발행을 중단시켰다. 1989년부터 32년째 이란을 통치하고 있는 하메네이는 대통령을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고 그에 대한 비판은 용납되지 않는다.

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당국은 현지 일간지 ‘켈리드’가 6일자 신문 1면에 하메네이의 손을 연상시키는 그래픽 이미지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신문 발행을 중단시켰다. 페르시아어로 ‘열쇠’를 의미하는 켈리드는 2013년 창간 이후 정부 비판 보도를 많이 해 왔다. 현재 켈리드의 웹사이트 또한 접속이 되지 않는다.

당국이 문제 삼은 그래픽 중앙에는 달걀, 통조림, 식용유 등 식료품이 담긴 종이 상자가, 그 아래에는 종이 상자 쪽으로 손을 뻗은 사람들이 있다. 종이 상자 옆으로 반지를 낀 붉은 손이 그려져 있는데 상자와 사람들 사이에 붉은 선을 그어 갈라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서방의 오랜 제재 등으로 이란 국민의 민생고가 심각한 상황에서 붉은 손이 국민들의 식료품에 대한 접근조차 막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국은 이 반지를 낀 붉은 손이 하메네이의 것이라고 판단해 켈리드의 발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메네이는 1981년 반대파의 폭탄테러로 오른손이 마비됐다. 이후 공식 석상에서는 항상 왼손만 쓰고 있으며 그래픽에 나오는 것처럼 반지를 낀다.

국제사회는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비정부기구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이날 “이란 당국은 켈리드를 폐쇄하기로 한 결정을 당장 철회해야 하며 언론 매체들이 뉴스를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이란#하메네이#이란 신문#켈리드 발행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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