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스타트업] 어썸랩 김동묵 대표 "1년에 하나씩 라이프스타일 하드웨어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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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29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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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산업진흥원] 어썸랩 (1)

성남시가 2001년에 설립한 성남산업진흥원은 지난 20년간 성남의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네트워크, 입주 공간 등을 지원하는 기업 지원 전문 기관입니다. 성남시가 약 6만 6천여 개의 기업과 46만여 명의 근로자, 창업한 벤처 기업 수가 1631개에 이르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엔 성남산업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남산업진흥원이 2003년부터 진행 중인 ‘성남창업경연대회’(도전! S-스타트업)은 우수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창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금까지 누계로 218개의 기업이 성남창업경연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이에 IT동아는 성남산업진흥원과 함께 올해 성남창업경연대회 최종 평가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된 6개 기업을 소개하고, 그들이 고민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SPA처럼, 샤오미처럼' 어썸랩이 그리는 생태계

어썸랩 김동묵 대표 (제공=어썸랩)
어썸랩 김동묵 대표 (제공=어썸랩)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너무 당연하게 여겨서 그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물건이 있다. ‘라이프스타일 하드웨어’를 만드는 제조 스타트업 어썸랩이 노리는 건 이렇게 놓치기 쉬운 작은,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요다.

어떤 의미일까? 어썸랩이 처음 내놓은 제품인 ‘세이프팩(SAFEPACK)’을 보면 이해가 간다. 세이프팩은 튜브 소재 ‘안전 삼각대’다. 차가 고장 나거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 뒤따르는 차에 이를 알려 2차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안전 삼각대를 설치하는 건 법적인 의무다. 하지만 기존 안전 삼각대는 설치 과정이 까다롭고 멀리서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사고를 예방하긴커녕 오히려 사고 원인이 되기도 했다.

어썸랩의 안전 삼각대 '세이프팩' (제공=어썸랩)
어썸랩의 안전 삼각대 '세이프팩' (제공=어썸랩)

세이프팩은 이러한 안전 삼각대의 맹점을 파고든 제품이다. 길게 폈을 때 높이가 2M에 달하며, LED 조명이 있어 최대 1km 밖에서도 눈에 띈다. 튜브 재질이라 평소에는 차에 접어서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공기를 넣어 부풀릴 수 있다. 공기를 주입한 뒤 차량에 부착하기까지 30초면 끝난다.

어썸랩 김동묵 대표는 어썸랩을 SPA 브랜드에 비유한다. ‘패스트패션’이라고도 불리는 SPA 브랜드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의류를 재빠르게 제작해 판매한다. 그는 “어썸랩도 SPA 브랜드처럼 많은 제품을 빠르게 생산하고자 합니다. 현재는 1년에 한 개 이상의 제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어썸랩은 올해 두 번째 제품 개발을 마치고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워터 워머(Water Warmer)’라는 휴대용 온수 히터다. 단순히 전기로 열선을 발열시켜 물을 데우는 방식이 아니라, 전기 이온을 활용해 이온과 물 분자의 마찰로 고열을 발생시키는 원리다. 열효율이 98%에 달해 찬물 2L를 70도까지 데우는 데 2분이면 충분하다.

'워터 워머' 제품을 설명하는 김동묵 대표 (출처=IT동아)
'워터 워머' 제품을 설명하는 김동묵 대표 (출처=IT동아)

그뿐만 아니라 가열 과정에서 물이 전기 분해되면서 살균 효과가 있는 전해수가 된다. 마실 수는 없지만, 세척수로 쓰거나 음식물을 지퍼백이나 파우치째로 데울 때 활용할 수 있다. 작은 크기로 휴대하기 좋아 캠핑, 차박 등 야외 활동에 적합하다. 불이나 직접적인 열원을 쓰는 게 아니니 화재나 화상 위험도 덜하다.

아직 두 번째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지만, 어썸랩은 이렇게 매년 제품을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며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김동묵 대표가 여기서 또 하나 예로 든 건 샤오미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공기청정기, 로봇 청소기, 보조 배터리 등 온갖 물건을 만든다. 만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중구난방처럼 보이는 샤오미 제품군에도 정보통신기술이라는 구심점은 있다. 어썸랩의 경우는 친환경, 안전 기술, 이용자 경험(UX)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구심점으로 제품을 기획한다.

어썸랩의 휴대용 온수 히터 '워터 워머' (제공=어썸랩)
어썸랩의 휴대용 온수 히터 '워터 워머' (제공=어썸랩)

어썸랩은 현재 기획과 기술개발, 생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하고 있다. 1년에 한 개를 목표로 하지만, 한 제품의 기획부터 판매에 이르는 과정은 결코 1년이란 기간에 딱 맞춰 끝나지 않는다. 한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사이 다른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해 양산해야 한다. 해가 지나며 제품이 늘수록 일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김동묵 대표는 휴일이 두려울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샤오미가 그랬듯, 미래에는 주문자 상표 부착(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이하 OEM)이나 생산자 개발 방식(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er 이하 ODM)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그는 “나중에 OEM이나 ODM 체제로 가더라도 지금은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두 경험해봐야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성공적인 선행 사례를 만드는 단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16살부터 차곡차곡 쌓은 아이디어


김 대표는 스스로를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마케팅 회사를 다니다 국내로 돌아와 자동차 부품 해외 영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18년 어썸랩을 설립하기 전까지 디자인 회사에서 제품 개발, 디자인 컨설팅 등을 했다. ‘특이하다’는 김 대표 설명대로 전형적인 직장인과는 거리가 멀다. 언뜻 보기에 크게 접점이 없어 보이는 여러 분야를 오갔다. 하지만 그가 밟아온 길이 사업을 위한 준비라고 보면 단박에 이해가 된다.

호주 마케팅 회사 재직 시절 김동묵 대표 (제공=어썸랩)
호주 마케팅 회사 재직 시절 김동묵 대표 (제공=어썸랩)

그는 “10대 때부터 무조건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질만능주의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냥 부자가 되는 게 꿈이었거든요. 한국에 들어와서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좀 더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단순히 꿈만 꾼 게 아니다. 매일 5분을 할애해 하루 하나의 발명을 했다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처럼, 김 대표도 16살부터 하루 하나씩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은 아이디어들은 지금 어썸랩 제품의 원천이 됐다.

얘기를 듣다 보니 마치 발명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자신이 발명가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낼 때 철저히 현실적인 기준을 가지고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이게 시장성이 있을까?’가 가장 중요한 잣대라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김 대표는 자신이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사람처럼 비칠까 걱정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의 그런 면모가 오히려 철저한 사업가적 태도라고 느껴졌다.

'세이프팩' 제품을 설명 중인 김동묵 대표 (제공=어썸랩
'세이프팩' 제품을 설명 중인 김동묵 대표 (제공=어썸랩


올해 성남창업경연대회(도전! S-스타트업)에 참가한 어썸랩은 우수상을 받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첫 제품인 세이프팩은 현재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납품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중으로 온라인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보험사나 자동차 회사에 판촉물로 납품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워터 워머도 올해 말 일본과 한국에서 크라우드 펀딩, 미국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참가 등으로 시장 반응 확인한 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여러 제약이 생기며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제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는 일만 남았다.

제품을 개발하며 확보한 기술을 활용해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공략할 계획도 있다. 워터 워머에 들어간 히터는 크기가 작은 데다 효율이 높아 활용 여지가 많다. 김 대표는 친환경 보일러나 전기차 난방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는 엔진 폐열을 난방에 활용하는 내연기관 차와 달리 엔진 폐열이 없어 겨울에 취약한데, 어썸랩의 히터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워터 워머'는 돛단배 모양 기기를 물에 띄워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제공=어썸랩)
'워터 워머'는 돛단배 모양 기기를 물에 띄워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제공=어썸랩)

어썸랩에게 필요한 것, '브랜드'

어썸랩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김 대표는 ‘브랜드’를 꼽았다. 어썸랩은 현재 세이프팩, 워터 워머 모두 개별 브랜드로 마케팅 중이다.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같은 곳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걸 알기 어렵다. 지금까지 나온, 그리고 앞으로 나올 어썸랩의 제품들을 하나로 묶어줄 통합 브랜드가 필요해 보인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현재 통합 브랜드를 만드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사에 이어 어썸랩이 마케팅 전문가와 함께 통합 브랜드 인재 영입을 모색하는 얘기를 다루는 2부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ikitak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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