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위드 코로나19와 대한민국의 아케이드 게임산업

동아닷컴 입력 2021-10-21 17:39수정 2021-10-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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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게임 강국이다. 세계 4위 규모의 모바일 게임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PC 온라인 게임 종주국에 e스포츠 문화를 태동시킨 나라라는 수식어도 가지고 있다.

수출 비중도 압도적이다. 지난 2019년에 문화부에서 내놓은 '2019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은 69억 8,183만 달러어치를 수출해 국내 콘텐츠산업 중 수출 비중 중 67.2%를 차지했다.

BTS를 포함한 K팝 열풍에도 음악산업이 6억 3,965만 달러의 수출액을 달성한 것과 비교해 보면 게임 수출액이 11배 가까이 높다. 더도 덜도 말고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모든 게임 분야가 강세를 보이는 건 아니다. 유독 전 세계에서 꼴찌 수준으로 고전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아케이드 게임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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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게임센터의 모습 (출처=게임동아)

과거 '바다이야기'라는 아픔을 겪은 한국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이후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옥죄여 왔다. 2중 3중으로 규제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뭐라도 해보려고 하면 '사행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거기에 PC방이 활개치면서 2000년도에 전국에 2만 5천 개가 운영되던 아케이드 게임센터는 2002년에는 7천4백4 개로 급감했고, 2016년에는 다시 8백여 개로 대폭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는 국내 아케이드 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나마 연명하던 사업장도 전부 문을 닫고 있고, 이제는 정말 '멸종' 단계에 와 있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정도가 됐다.

그러면, 국내 아케이드 게임 산업을 이렇게 사멸시키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오락실'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이나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도록 방치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해외 시장을 살펴보면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일본이나 북미-유럽 등지에서는 여전히 아케이드 게임이 게임산업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PC 온라인 게임의 대체재로 진화한 일본 시장은 별개로 보더라도, 북미-유럽 시장에서는 아케이드 게임 산업이 가족 단위의 건전한 문화로 정착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개인주의가 범람하고 가족 간의 유대 관계가 약해지는 현재, 북미와 유럽에서는 아케이드 게임이 그에 대한 해소 방편이나 대안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북미 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아케이드 리뎀션 게임 (C.E.C 홈페이지 캡처)

대표적으로 맥도날드나 어린이 파티 전문식당인 C.E.C(Chuck E. Cheese’s), 20-30세대 중심의 펍(Pub), D&B(Dave & Buster’s) 등에서 게임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고객들이 농구와 같은 체감형 게임을 즐기면 그 결과에 따라 포인트를 주고, 그 포인트를 활용해 쇼핑몰 시설을 일부 이용하거나 작은 경품을 받는 정도의 마케팅 모델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점수 보상형 게임', 즉 '리뎀션 게임'이 활성화되어 있던 것이다.

실제로 필자도 지난 2019년에 샌프란시스코 출장 중에, 쇼핑몰에서 가족들이 식사를 하고 즐겁게 게임도 한 판씩 즐기면서 여유를 찾는 모습을 보고 다소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농구 같은 체감형 게임을 즐기고, 부모가 높은 점수를 받아 그 포인트로 조그만 인형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문화였다. 특히 그들에게서 '게임 혐오 현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에 더 놀랐다.

이런 가족형 아케이드 게임 문화를 한국에 도입할 순 없을까.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국내에서도 아케이드 게임과 관련된 움직임이 일부 있었다. '리뎀션 사업'이 시범 사업으로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이 시범 사업은 게임을 즐긴 후 나온 포인트나 쿠폰으로 쇼핑몰에서 식사를 하거나 작은 경품을 받을 수 있는 형태였지만, 전체 이용가 게임과 기계식 게임, 이용자 능력에 의한 게임 등의 엄격한 조건으로 사행성 여지를 차단한 형태였다. 또 현재 서울‧경기, 대구, 부산 지역 등 4곳의 사업장에서 총 200대 게임기기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가족형 게임으로 리뎀션 게임이 활성화된 북미 지역 (C.E.C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리뎀션 시범 사업'은 사행성에 대한 부분만 걷어낸다면 국내의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위드 코로나19 시대가 오면 종합 쇼핑몰에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쏟아질 텐데, 이 리뎀션 게임과 쇼핑몰이 잘 융합될 경우 게임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가족의 연대감을 높이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시장에서는 국내의 리뎀션 게임이 한국의 강점인 K팝이나 드라마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비전이 제시되고 있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 같은 가족형 놀이 공간이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한국의 리뎀션 게임이 한국의 드라마, 영화, K팝 등과 융합된 '복합 쇼핑몰' 형태가 되고, 또 수출까지 연계된다면 해외에서의 문화적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지금도 국내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더 안 좋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에 문화부가 추진 중인 리뎀션 시범 사업은 중요하다.

이번 리뎀션 시범 사업이 잘 마무리되어 '바다이야기' 같은 주변의 우려를 한 꺼풀 더 걷어내고, 대한민국 아케이드 게임산업 회생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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