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캘리포니아 해안 기름 57만L 유출… 생태계 파괴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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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송유관 파열로 새어나와, 90종 조류 서식 습지까지 번져
“야생동물 죽어가… 심각한 타격”

탤버트 습지 덮친 ‘검은 띠’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의 탤버트 습지에서 청소업자들이 기름이 담긴 플라스틱 
봉지를 수거하고 있다. 최근 인근 해상 석유 굴착장치와 연결된 송유관에서 약 57만 L의 기름이 유출돼 캘리포니아주 남부 해안의 
생태계 파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헌팅턴비치=AP 뉴시스
탤버트 습지 덮친 ‘검은 띠’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의 탤버트 습지에서 청소업자들이 기름이 담긴 플라스틱 봉지를 수거하고 있다. 최근 인근 해상 석유 굴착장치와 연결된 송유관에서 약 57만 L의 기름이 유출돼 캘리포니아주 남부 해안의 생태계 파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헌팅턴비치=AP 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해안에서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해 물고기 등이 폐사하고 해수욕장이 무기한 문을 닫았다. 지금까지 57만 L의 기름이 바닷물에 스며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해안 지역이 주요 야생동물의 서식지여서 생태계 파괴가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인근 오렌지카운티 당국은 2일 헌팅턴비치와 뉴포트비치 인근 해상에서 거대한 기름띠가 형성된 것을 발견하고 유출 지점 파악에 나섰다. 조사 결과 해변에서 약 14km 떨어진 ‘엘리’라는 해상 석유 굴착장치와 연결된 송유관에서 기름이 새어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송유관을 운영하는 기업 ‘앰플리파이 에너지’가 파열된 부분을 긴급 보수했지만 이미 대량의 기름이 유출된 뒤였다.

지금까지 바다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 기름의 양은 약 57만2800L다. 유출 시점은 바닷물에서 기름 냄새가 난다고 처음 신고가 접수된 1일부터로 추정된다. 이후 인근 해변에는 새와 물고기 등의 사체가 해안으로 떠밀려 왔고 끈적끈적한 검은 기름도 관찰됐다. 기름의 상당 부분이 약 90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인근 탤버트 습지에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카운티 당국은 “탤버트 습지가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다”며 “야생동물이 죽어가고 있다. 매우 슬픈 일”이라고 우려했다.

당국은 3일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군 에어쇼 일정을 취소했다. 킴 카 헌팅턴비치 시장은 “해수욕장이 몇 주 또는 몇 달 이상 닫을 수 있다”며 “자칫 생태계의 재앙이 될 수 있는 사건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연방정부, 주정부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팅턴비치에서는 1990년 2월에도 대형 유조선 ‘아메리칸 트레이더’에서 160만 L의 기름이 유출되면서 수천 마리의 새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로스앤젤레스 북쪽 샌타바버라 지역에서도 1969년 1100만 L가 유출됐다. 당시 해안선을 따라 50km가 넘는 기름띠가 형성되고 수천 마리의 동물이 폐사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美캘리포니아#해안 기름#조류 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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