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에 뿔난 佛, EU 등에 업고 보복 나서… 美-유럽 균열

이은택 기자 입력 2021-09-23 03:00수정 2021-09-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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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 美와 무역기술회의 연기 요청… EU-호주 FTA협상도 “중단시키겠다”
EU “짚고 넘어가야 할 일” 佛 두둔… 바이든, 英-호주 정상 만나 관계 과시
언론 “마크롱, 美英돕고 개 취급 받아”
호주가 프랑스와 맺은 잠수함 계약을 파기하고 미국, 영국과 함께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자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는 EU가 미국, 호주와 맺은 협상을 무산시키겠다고 나섰고 EU도 불쾌감을 드러내며 회원국 프랑스를 두둔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총회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개의치 않고 영국, 호주 정상과 개별 회담을 가져 오커스 출범을 둘러싼 갈등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는 EU 집행위원회에 2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리기로 돼 있는 EU-미국 무역기술협의회(TTC) 첫 고위급 회의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과 EU는 무역장벽 해소, 기술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자며 TTC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 12월 EU가 먼저 제안했고 올해 6월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오커스에 격분한 프랑스가 연기를 요청한 것이다.

22일로 예정됐던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4개국의 일명 ‘대서양 횡단 쿼드’ 장관급 4자회담 또한 돌연 취소됐다. 미국 국무부 측은 자세한 설명 없이 “일정 때문에 취소됐다”고 밝혔는데 오커스 후폭풍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프랑스는 EU가 호주와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중단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클레망 본 유럽담당장관은 20일 “신뢰할 수 없는 나라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협상을 계속할 순 없다”고 했다. EU와 호주는 다음 달 12차 FTA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상당 기간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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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수뇌부는 프랑스를 두둔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0일 CNN 인터뷰에서 “우리 회원국이 용납할 수 없는 방식으로 대접받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또한 “미국 영국 호주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의장은 “미국과의 허니문은 끝났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뉴욕 맨해튼 바클레이호텔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만나 “호주만큼 가깝고 신뢰할 만한 동맹이 없다”고 말했다. 친분을 과시하듯 모리슨 총리를 ‘스콧’으로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워싱턴 백악관으로 이동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도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오커스 사태, 프랑스 및 EU의 반발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존슨 총리와 모리슨 총리를 만나 오커스를 논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당시 콘월에 있었지만 3국 정상이 이런 모임을 가졌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G7 며칠 후 마크롱 대통령은 모리슨 총리를 파리로 초청해 잠수함 계약을 홍보하며 환심을 사려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사설에서 “프랑스가 분노한 진짜 이유는 그토록 싫어했던 앵글로색슨(영어권) 국가들에 따돌림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의 외교전문가 르노 지라르는 20일 “마크롱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인도태평양에서 미국과 영국을 도왔지만 결국 개 취급을 받았다”고 혹평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유럽#균열#오커스#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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