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중1·2 수업 골라 듣고 내신·수능은 그대로…“교육-입시 엇박자”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23일 17시 33분


코멘트
현재 중1·중2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스스로 수업을 선택해서 듣게 된다. 그러나 내신은 상대평가, 대학입시는 정시 확대 기조가 유지돼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상당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내신에 유리한 과목에만 몰려 진로·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한다는 고교학점제의 당초 취지와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원단체들은 교육부가 23일 발표한 고교학점제 단계적 이행계획에 대해 “대입제도와 엇박자”라며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전교조는 이날 논평을 통해 “선결과제 해결 없이 지금처럼 고교학점제를 확대한다면 학생 선택 존중이라는 취지는 무색해지고 오히려 정시를 강조하는 현행 대입제도와의 엇박자로 인해 학생, 학부모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역시 이날 논평을 내고 “현 중1~2 학생은 정시확대 상황에서 학점제를 하는 만큼 그 폐해가 우려된다”면서 “기존 제도의 어려움에 고교학점제가 더해졌다. 학생 맞춤형 아니라 수능 맞춤형 교육과정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2025년 전면 시행하는 고교학점제를 2023~2024년 신입생으로 당겨 단계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은 대학생처럼 스스로 시간표를 짜 수업을 듣게 되며, 3년간 192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는 제조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 고등학교 신입생들이 대학입시를 치를 2028학년도에는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등 대폭 개편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대입개편안은 차기 정권인 2024년 2월에 공개할 방침이다.

반면 현 중1과 중2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3~2024년은 과도기로서, 수업은 학생들이 수업을 골라 듣는 학점제를 도입하지만 평가 방식은 그대로다. 내신 평가에서 진로선택과목만 성취평가제(절대평가)로 바뀔 뿐 국어·영어·수학 등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은 그대로 ‘9등급’ 상대평가가 유지된다. 내신 평가는 대학입시에서 학생부교과전형과 직결돼 있다.

더군다나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에 따라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대학 16곳은 2024학년도 대입까지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늘린 상태다. 결국 과도기에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내신 상대평가와 수능 대비는 물론 새로운 학점제에 맞춰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까지 챙겨야 한다는 얘기다.

전교조가 지난 5일부터 20일까지 일반계고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939개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5.8%가 고교학점제 재검토 및 문제점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6.9%는 도입 자체에 반대 의견을 냈다.

당시 이 설문에 응답한 교사들은 “학생들이 입시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했고,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겪는 혼란과 부담이 커졌다”며 “고교학점제와 현행 입시제도의 괴리로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며 과중한 입시 준비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철저히 준비되지 않은 고교학점제는 오히려 교육이 질을 떨어뜨리고 교육불평등만 초래할 수 있다”며 “다양한 교과목을 가르칠 정규교원 확충, 교육환경이 다른 도농, 학생 간 교육격차 해소방안부터 명확히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대학입시 4년 예고제에 따라 시기가 임박했고 내신 평가방식 역시 바꾸게 되면 입시제도에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상수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2023~2024년도 신입생들에게 공통과목이나 일반선택과목에 내신 절대평가를 적용할 경우 대입제도 자체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대입제도는 혼란을 막고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2025년 고1 학생들부터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