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창원]코로나에 지친 팀장들이 ‘머릿속 소음’을 이기는 법

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입력 2021-05-17 03:00수정 2021-05-1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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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팀원 10여 명과 함께 일하는 한 중견기업의 마케팅 담당 김모 팀장. 잠시 참으면 끝날 줄 알았던 재택근무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불만이 폭발할 지경이다.

김 팀장은 “마이크로 매니징 하다 정작 나만 바빠졌다”고 푸념했다. 모두 모여 일할 때는 즉석에서 지시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일을, 이제는 각자 집에 있는 팀원들과 일대일로 소통해야 한다. 협업이 필요하면 온라인 미팅을 잡아야 하고, 시간 조율도 김 팀장 몫이다. 기존에는 5분이면 됐던 업무가 번거로워졌고, 정작 자기 일은 뒷전으로 밀려 야근하기 일쑤다. 김 팀장은 “재택근무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팀장인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기업의 영업담당 권모 팀장은 “코로나 이후 오히려 팀장이 팀원들로부터 평가받고 있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위아래로부터 24시간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감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 화상회의 툴과 같은 스마트 기술에 적응도가 떨어지는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팀장들은 후배들로부터 ‘손 많이 가는 팀장’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두렵다.

코로나19로 인한 팀장들의 피로증후군은 한국만이 아닌 것 같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최근호에 따르면 전 세계 46개국의 직장인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팬데믹 심층면접 조사에서 응답자의 89%가 업무 스트레스와 불안증으로 몸과 마음의 탈진상태(번아웃)를 호소했다. 주목할 것은 응답자의 67%가 팀장 등 관리자 직급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 팀장급 이상의 관리자들이 ‘팬데믹 기간 내내 불안과 걱정을 다스리기 위해 머릿속 소음을 견뎌내야 했기 때문에 보통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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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일하는 방식에 대해 여러 전망이 나오지만 기존의 수직적 조직문화가 수평적으로 빠르게 옮아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인사조직 관리 전문가들이 조직의 요체인 팀장 등 중간 관리자의 빠른 인식 전환을 강조하는 이유다. 특히 리더십 전문가들은 “큰 변화의 파고를 혼자 넘을 수 있다는 욕심을 버리고, 할 수 있는 일과 못할 일을 분리하고 과감하게 후배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라”고 충고한다.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원격근무로 인해 각자가 고립감, 외로움이 커지는 상황일수록 팀원들과 부담 없이 나누는 ‘스몰토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팀장이 나서 자신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솔직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공감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야 조직 내에 ‘심리적 안전감’이 구축된다는 것이다.

온라인카페 ‘팀장클럽’을 운영하는 김진영 팀장은 “팀장들은 스스로를 임원들과 밀레니얼 세대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고 한탄하지만 샌드위치 사이에 햄을 넣느냐, 참치를 넣느냐에 따라 아이덴티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이 팀원들과 조직문화를 새롭게 그려 나갈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임원 승진을 눈앞에 둔 팀장들이 자신의 리더십을 시험해 보는 기회로 받아들이면 그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changkim@donga.com



#코로나#팀장#머릿속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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