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라임 펀드는 김부겸 로비용”… 金 “딸·사위도 피해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6일 2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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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단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단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김 후보자 차녀 일가의 ‘라임 펀드 사태’ 연루 의혹이 쟁점이 됐다. 김 후보자는 6일 “딸과 사위도 라임 사태로 손해를 본 피해자”라고 해명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라임 사태의 배후라는 정황이 많으며 이는 국무총리 후보자로서 결격 사유”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첫날부터 김 후보자를 겨냥해 “‘내로남불 개각’의 화룡점정(畵龍點睛) 격”이라고 비판하고 나서면서, 국회 인준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충돌을 예고했다.

● “김 후보자 위한 맞춤형 VVIP 펀드”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후보자 차녀 부부가 가입한 라임 ‘테티스 11호’ 펀드에 대해 “라임 사태 주범이 유력 정치인 가족을 자신의 배후로 두기 위해 구성한 로비용 펀드”라며 김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다. 다른 라임 펀드와 달리 환매 수수료, 성과 보수가 0%인 데다 환매 제한도 사실상 없어 특혜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야앙수 의원은 “문제 생기면 정보를 받고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엄청난 특혜고 라임 피해 국민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펀드 가입 얘기는) 금시초문이었다. 차녀는 벌써 독립해 살고 있어 이미 저와는 (경제 생활을) 달리 하고 있다”고 했다.

“왜 특혜냐. 딸 부부도 피해자”라는 김 후보자의 항변에 야당 의원석에서 황당하다는 웃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지금 비웃음 받으려고 여기 있는 거 아니다. 아무리 의원이라도 이게 뭔가”라며 발끈했지만, 야당 의원의 사과 요구에 “무례한 짓은 한 데 대해 사과하겠다”라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 차녀 일가가 투자한 라임 펀드 중 하나인 ‘테티스 11호’의 설정액 367억 원 중 349억 원을 댔던 회사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사실상 운영했던 A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부사장 본인은 테티스 11호에 가입해 6억 원을 넣었고 A사를 통해 349억 원을 댔다. 나머지 설정액은 김 후보자의 차녀가 3억, 그 사위 최 모 씨가 3억, 손녀(6)와 손자(3)가 각각 3억 원이다.

국민의힘은 차녀 부부가 금융감독원 조사 착수 전 환매를 시도했었고 차녀 부부의 손해를 증명할 자료 또한 없기 때문에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보고 있다.

● 조국·문파와 선 그은 김부겸

야당 의원들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두고 김 후보자가 “피해 호소인”이라고 언급했던 전력, 자동차세·과태료 체납, 강원도 고성·속초 대형 산불현장에서의 기념촬영에 대해 질타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부끄럽다” “반성한다” “죄송하다”는 답변을 여러번 반복하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김 후보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에 대해 “기대에 못 미쳤다”면서 “국민, 특히 젊은 층에 여러 상처를 준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조 전 장관 검찰 수사에 대해선 “한 사람을 손보듯이 탈탈 털고, (피의 사실을) 생중계하듯 언론에 흘리는 관행도 문제 삼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의 의석수를 앞세워 임대차 3법 등을 기립 표결한다”는 지적에 김 후보자는 “국민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법안은 숙성해서, 여야가 대화했다면 국민이 납득하는 데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과 관련해 “총리에 취임한다면 경제계를 만나 상황 인식을 잘 정리해 대통령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과 민주당의 입법 폭주 논란 등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잇따라 밝힌 데 대해 야권에선 “김 후보자가 친문 세력의 주장에서 벗어난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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