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실수로 선고결과 몰라 뒤늦게 항소…대법 “적법”

뉴시스 입력 2021-05-05 09:05수정 2021-05-0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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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인,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
1심 청구기각…잘못된 주소로 결과보내
원고, 선고 결과 몰라 뒤늦게 항소 제기
대법 "주소 제대로 안 살펴봐"…파기환송
소장에 적힌 주소와 송달 장소를 법원이 잘못 기재해 선고기일과 결과 통지서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경우 원고가 뒤늦게 추후보완 항소장을 제출해도 이는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집트 국적 A씨가 인천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항소 기각 판결을 내린 1심 선고 이후 항소 기간을 넘어 접수된 A씨의 추후보완항소장은 부적법하다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추후보완항소는 천재지변 등 항소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항소 기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해당 기간 이후에도 항소장 접수를 허용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2018년 7월 대한민국에 입국한 A씨는 이집트 세관 직원이자 폭력조직의 우두머리인 B씨로부터 살해 위협을 당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입국과 난민 인정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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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B씨와 계약을 통해 컨테이너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B씨가 컨테이너를 뺏어간 뒤 내용물을 다시 되찾아 오자 전화로 ‘10만 달러를 주지 않으면 죽이겠다’ 등의 위협을 했다”며 “이집트에 돌아갈 경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충분히 존재하고 이는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A씨가 주장하는 박해는 인종·종교·국적·정치적 견해 등을 사유로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세관 직원이라는 공적인 신분까지 있는데 A씨에게 직접 전화해 돈을 요구하면서 죽이겠다고 위협했다는 진술은 작위적으로 보인다”며 “A씨의 가족들은 B씨의 위협 없이 이집트에 거주하면서 자동차 부품가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등 A씨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1심 선고 이후 A씨는 법원으로부터 통지서 등을 받지 못해 선고 결과를 몰랐다가 나중에야 알게 돼 뒤늦게 추후보완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은 선고 결과를 확인하지 않은 A씨에게 책임이 있다며 항소를 각하했다.

A씨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본인의 주소지와 송달 장소를 모두 인천 연수구 ○○대로 ○○○(○-○-○)와 같은 특수주소로 기재했는데 1심 법원은 선고기일 통지서 등을 보내기 전에 정확한 주소를 기입하지 않고 인천 연수구 ○○대로 ○○○까지만 적어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변론기일 통지서 및 선고기일 통지서, 선고 결과 등을 받지 못했고 항소 기간 이후 추후보완항소장을 제출했다.

2심은 “A씨에게는 소송의 진행 상황을 조사하고 선고 결과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추후보완항소는 항소 기간이 지난 이후 제기된 것으로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A씨에게 인종·종교·국적·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1심 법원은 A씨 주소지에 특수주소가 있는지 살펴보지 않고 통지서를 보낸 만큼 이는 위법하고 송달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A씨가 판결정본 등을 적법하게 받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판결 선고 사실 등을 알아보지 않았다고 해도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 기간을 지킬 수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A씨의 추후보완항소는 적법하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발송 송달과 소송 행위의 추후보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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