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격리’ 한센인 자녀 62명, 日에 첫 보상 청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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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019년 환자가족까지 보상 확대
수용땐 1300만… 1800만원씩 지급

일제강점기 소록도에 격리돼 강제노동을 하며 단종(불임화) 수술, 낙태 등을 강요받았던 한센병 환자의 가족들이 처음으로 일본 정부에 보상을 청구했다.

26일 사단법인 한센총연합회(회장 이길용) 등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완치된 한센병 환자들의 자녀 62명이 19일 일본 한센가족보상법에 따라 일본 정부에 보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청구를 받아들이면 한센병 환자의 친자녀와 배우자에겐 180만 엔(약 1800만 원), 형제자매에겐 130만 엔(약 1300만 원)이 지급된다. 이 가족들 중 일부도 한센병을 앓았지만 모두 완치돼 소록도 등에서 살고 있다.

일본은 1907년부터 한센병 환자들을 한국 소록도, 대만 낙생원, 일본 가고시마 요양원 등에 강제 수용했다. 한센병 환자들은 강제노동과 폭행에 시달렸고 단종 수술과 낙태 수술을 강요받았다. 1945년 광복 이후에도 한국 정부는 이들을 소록도에 격리했고 단종·낙태 수술을 받게 했다.

환자들이 일본 정부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은 일본의 한센병보상법이 개정돼 일본인이 아니어도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01년 일본 법원은 일본 정부가 격리시킨 일본인 한센병 환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한국과 대만 환자들도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5년 일본 법원은 법률에 따라 일본인만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한일 양국 변호사들의 노력으로 2006년 한센병보상법이 개정돼 한국 한센병 환자들도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 결실로 2016년까지 590명이 보상받았다. 이들은 2011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까지 총 538명이 보상을 받은 바 있다.

일본은 2019년 “한센병 환자의 가족들도 편견과 차별 속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어왔다”며 보상 범위를 환자의 가족들까지로 확대했다. 그 결과 외국인을 포함해 일제강점기 격리된 한센병 환자의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 중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전에 출생해 생존해 있는 사람은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악성 피부병인 한센병은 피부와 신경계의 조직을 변형시켜 염증과 출혈 등을 일으키는 면역질환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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