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통령 바뀌자 밀입국 급증…시험대 오른 바이든 행정부 이민 정책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03-22 14:39수정 2021-03-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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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멕시코와의 국경을 통해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는 불법 밀입국자들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이민자에게 포용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벌써부터 무조건 국경부터 넘고 보려는 중남미 출신 여행자들이 부쩍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주의적 위기를 불러 왔다”며 공격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21일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직후 국경 검문소에서 적발된 불법 밀입국자의 숫자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2월 한 달 동안 가족동반 밀입국자는 1만8945명, 가족이 없는 미성년자는 9297명에 달했다. 1월에 비해 각각 168%, 63%씩 증가한 수치다.

미 당국은 가족단위나 성인의 경우 국경에서 바로 돌려보내지만 미성년자가 홀로 입국한 경우에는 안전한 송환을 위해 일단 수용시설에 머물게 한다. 문제는 텍사스주 등 멕시코 국경지대에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구금 상태에 있는 미성년자는 1만4000명에 달한다. 이들을 당장 수용할 곳을 찾지 못한 보건복지부(HHS)는 결국 텍사스주 댈러스 시내에 있는 대형 컨벤션 센터를 긴급 보호시설로 개조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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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에는 멕시코 역시 미국이 추방하는 사람들을 수용할 형편이 안 되면서 일부 가족단위 밀입국자마저 미국이 그대로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국경 지대에 이들을 수용할 호텔방을 잡기 위해 연방정부가 8600만 달러를 지출했다고 지난 주말에 보도했다.

이처럼 밀입국자의 수용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 행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알레한도르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21일 CNN, ABC, 폭스뉴스, NBC 등 주요 방송에 겹치기로 출연해 “국경은 닫혔다”며 “우리는 가족단위 밀입국자를 추방하고 있고, 성인도 추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족을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들도 멕시코 국경을 넘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히 권한다”며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 여행은 매우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에게 시민권 획득의 길을 여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포용 정책을 펴고 있어 외부에서 밀입국을 시도할 유인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월 취임하자마자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건설을 중단시켰고, 망명을 신청한 사람들이 일단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규정한 트럼프 행정부의 ‘잔류 정책(Remain in Mexico)’도 폐기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아무런 준비 없이 이민 정책을 바꾼 결과”라며 집중 포화에 나섰다. 마이클 매콜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그들(바이든 행정부)은 국경 지대에 인도주의적 위기를 만들었다”면서 “여기 오고 싶으면 머무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도 방송에 출연해 “바이든은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바꾸지 말았어야 한다”며 “그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런 위험한 여정을 선택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서는 최근의 혼란이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의 이민 정책이 크게 흔들린 데다 대선 불복 시비 등으로 이를 제대로 인수인계받지도 못 했던 결과라고 해명하고 있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이날 방송에서 “우리는 계획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고 솔직히 말해 이것이 끝나면 미국 사람들은 우리가 국경을 잘 통제하고 우리의 가치와 원칙을 지켰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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