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국민 ‘제재 위반’ 문제삼은 美에 경고…쌓이는 악재

  • 뉴시스
  • 입력 2021년 3월 19일 17시 24분


코멘트

사업가 문철명 돈 세탁 혐의로 신병 인도 요청
외무성 "미국, 응당한 대가 치를 것"…반발 예고
인권유린 비판에 긴장↑…강경행동 촉발할 수도

북한이 자국민의 제재 위반을 문제삼은 미국에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후 북미관계에 악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외무성은 19일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 대법원이 최근 북한 사업가 문철명씨의 미국 송환을 최종 확정한 것을 비난하면서 단교를 선언했다.

외무성은 “말레이시아 당국은 무고한 우리 공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끝끝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하는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며 강력 반발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해 “이번 사건의 배후조종자, 주범”이라면서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씨는 2019년 5월 미국의 요청에 따라 말레이에서 체포됐다. 미국은 문씨가 대북제재를 위반해 술과 사치품을 북한에 보내고 유령기업을 세워 돈세탁을 한 혐의를 제기했다.

유엔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안보리 결의 1718호부터 핵,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금융거래와 사치품 반입을 금지했다. 미국은 독자 제재로 북한 기업·개인과의 거래도 막아놓고 있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같은 해 12월 미 연방수사국(FBI)의 신병 인도 요청을 승인했다. 문씨는 항소했지만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지난 9일 상고를 기각하고 신병 인도를 최종 결정했다. 문씨는 판결로부터 3개월 이내에 말레이에서 추방돼 미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북한은 미국이 대화 중에도 제재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북한은 2019년 10월 스톡홀롬 실무협상 결렬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열다섯 차례에 걸쳐 우리를 겨냥한 제재 조치들을 발동했다”고 지적했다.

이듬해 1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당 전원회의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정치·외교적 이속을 차리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해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약화시키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미 법무부가 2019년 5월9일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몰수 소송을 제기하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 발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의 항의서한 발송 및 기자회견 등 여러 방식으로 반발한 바 있다.

미국의 사법처리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사건은 향후 북미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에는 순수 자본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문씨가 북한 기관과 연관돼 있으며 자금 세탁을 했다고 판단할 경우 북미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차덕철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문씨와 관련, “확인할 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의 반발 강도로 볼 때 상당한 규모로 외화벌이 사업을 하지 않았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공개를 앞두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제재 위반 시비까지 겹치면서 북한이 강경한 행동에 나설 수도 있어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방한 중인 지난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주민들은 압제적인 정권 밑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 등 43개국은 인권이사회에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으며, 오는 23일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긴장 속에서 악재가 쌓여가는 것 같다”면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응 시기가 빨라지고 강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