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한한령’…‘사상무장’ 강조하며 내부 기강 다잡는 北

  • 뉴스1
  • 입력 2021년 2월 19일 0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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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2월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가운데, 김정은 당 총비서가 회의를 지도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2월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가운데, 김정은 당 총비서가 회의를 지도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중국의 한류 금지령을 뜻하는 ‘한한령’이 최근 북한에서도 부각되는 모양새다. 일각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당 사상사업’ 관련 정책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6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북한 내 한류 콘텐츠 등을 경계하는 동향이 파악됐다고 전했다. 일명 ‘비(非)사회주의적 현상’으로 불리는 외래문화 유입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관측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한류 콘텐츠 소지·유포 관련 처벌 수위를 높였다. 남한 영상물 유입·유포 시 최대 사형, 단순 시청 시엔 기존 5년 이하의 징역에서 15년까지로 형법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비사회주의적 현상 타도를 위해 중앙부터 각 도·시·군에 ‘연합지휘부’를 조직했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공표한 건 지난해 12월 최고인민회의에서다. 당시 회의에선 국가가 통신 사업을 총괄한다는 내용의 ‘이동통신법’ 등도 함께 제정돼, 북한이 내부 통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8일 개최된 전원회의에서도 감지됐다. 김 총비서는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악성종양’에 비유하며 “비사회주의적 현상에 대한 투쟁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할 것”을 지시하고 나섰다.

이에 지난해 11월29일 김 총비서가 정치국 회의를 통해 당 사상사업을 개선을 요구하며 일부 조직 개편을 지시한 장면이 다시 주목된다. 김 총비서가 사상사업 개선 의지를 내비친 이후 북한의 내부 통제 조치가 점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선 북한이 사상사업을 장기적으로 이어가 자력갱생 기조를 강화하고 ‘장마당’ 등의 자본주의 요소를 억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북한 내 사상통제의 핵심은 결국 자본주의 시장경제 요소를 억압하고,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복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시장화 제재 조치와 한류 제재가 연관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는 당분간 북한 내 시장화의 후퇴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북관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달라진 내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취한 조치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주민들이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상황 속 주요 동기 중 하나로 외래 풍조를 지목한 듯하다”면서 “북한이 자본주의풍을 비사회주의 현상이라며 부각하는 이유는 통치에 혹시 ‘누수’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내) 한류 유입 문제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류를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북한에 많아졌다”라며 “과거엔 단속 가능한 정도의 심각성이었다면, 지금은 기술적으로 단속하기 힘든 상황에 부닥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김정은 집권 이후 비사회주의적 현상과 관련해 통제와 묵인을 번갈아 가며 했다”면서 “최근엔 코로나19 상황과 자력갱생 기조 등을 국가가 통제하기 위해 주민들을 사상무장 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8일 통일부는 “북한이 구체적 내용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어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김 총비서 집권 이후 꾸준히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통제하는 흐름이 있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북한의 비사회주의 통제와 관련한 과거 처벌 사례나 구체적인 변화 등에 관해선 “확인해드릴 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관련 동향에 대해선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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